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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일그러진 야망을 읊조린 시적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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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윌리엄 셰익스피어 저, 김우탁 역/ 사단법인 올재/ 2021)

"인도는 언젠가 잃게 되겠지만 셰익스피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영국의 비평가 토마스 칼라일이 쓴 '영웅숭배론'에 나오는 이 문장은 아마 셰익스피어에 가장 유명한 상찬이 아닐까. 세간에는 '인도를 준다 해도 셰익스피어와 바꾸지 않겠다'로 와전되면서 더 유명해졌지만 의미는 원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고전의 반열에 오른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4대 비극은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자리한 걸작이다. 인간의 비극적 운명이 신과 우주의 섭리가 아니라 자신의 결함에서 비롯되었다는 통찰은, 고대 그리스 비극과 다른 두드러진 매력.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나는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체념과 수용이 아니라 어떤 공감과 애정을 느낀다.

'햄릿'이 의심, '리어왕'이 교만, '오셀로'가 질투라는 인간적 결함을 이야기한 우화라면 '맥베스'는 야망과 권력욕을 응시한다. 주인공 맥베스는 전쟁에서 여러 차례 공을 세운 앞날이 촉망받는 장수. 그는 세 마녀에게서 왕이 되리라는 예언을 듣는다. 결국 부인과 모의하여 왕을 암살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만, 주변 사람들이 역모를 꾸미리라 끊임없이 의심하고 더 많은 사람을 죽이면서 광기에 사로잡힌 군주가 되어 간다. '맥베스'는 이 폭군이 실은 심약한 인간에 지나지 않음을 상기시키면서, 권력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시적 향연이 난무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도 특별하다 일컬어지는 5막 5장의 대사를 음미해 보자. "어제란 날은 어리석은 인간들이 티끌로 돌아가는 죽음의 길을 비추어 왔다. 꺼져라, 꺼져라, 덧없는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에 불과한 것, 무대 위에서 맡은 시간 동안만 뽐내기도 하고 조바심도 치다가 그 시간만 지나면 잊히고 마는 불쌍한 배우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로써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을 뿐 아무런 의미도 없다."(289쪽)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며 몽유병을 앓던 부인이 죽자 맥베스가 비탄에 젖어 읊는 독백이다. 이 장면에서 그는 최후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란군은 성문 앞에 당도했고 지인들 대부분 맥베스에게서 등을 돌린 상황. 강력한 조력자이며 동지이자 심리적 마지노선이나 다름없던 부인이 곁을 떠난 것이다.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하는 일그러진 권력자의 고해성사. 그리고 광기를 향한 흔들림 없는 응시가 빚어낸 언어의 향연.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이토록 근사한 시적 표현으로 압축해 내는 이가 셰익스피어 말고 또 있을까.

정종윤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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