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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새책] 살롱 드 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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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혜 지음/ 해냄 펴냄

대구미술관에서 열렸던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대현대미술 특별전
대구미술관에서 열렸던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대현대미술 특별전 '웰컴 홈 : 개화(開花)'에서 시민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신 당신의 아호(어릴 때 부르던 이름)인 향안(鄕岸)을 내게 주세요."

변동림은 이렇게 김환기의 아호를 받아 김향안이 됐다.

김향안은 1944년 김환기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후 1974년 김환기가 뉴욕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30년간 그의 생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25 전쟁이 끝나고 자신의 예술이 세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고 싶어하는 김환기를 위해 김향안은 1955년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다. 김환기의 작품 슬라이드만 달랑 들고서!

그녀는 소르본대학과 에콜 드 루브르에 다니면서 프랑스어와 미술사를 먼저 공부했다. 그리고 파리 화단의 주요 인사와 교제해 김환기의 아뜰리에를 구하고, 개인전 일정도 잡은 뒤 김환기를 파리로 불러들였다.

이처럼 혼란과 갈등의 시대에도 낭만과 열정을 꽃 피운 한국 근대기의 예술가들이 있었다. 이 책은 어둠을 뚫고 빛을 발했던 그러한 예술가들을 재조명한다.

지은이는 대구 출신으로, 전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을 맡았던 김인혜 큐레이터다. 한 일간지에 연재한 칼럼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책 속에는 구본웅,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나혜석, 이쾌대, 이인성, 이성자, 장욱진, 권진규, 문신 등 주요 미술가 30여 명과 문인들의 우정과 사랑, 작품 세계가 흥미진진하게 담겨있다.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근대기 신(新) 문화의 첨단에 있던 화가와 문인들이 장르를 넘나드는 우정과 협업을 통해 서로의 예술 세계를 성장시켜 간 과정을, 2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가들과 그들의 오늘이 있기까지 헌신적인 배우자이자 예술적 동지이며, 후원자였던 아내들에 대해 얘기한다.

3장은 가장 헐벗고 참혹했던 시대를 관통해야 했던 화가들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 속에서도 꽃 피운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4장은 고통과 방황을 거듭하면서도 오로지 예술을 통해 구원 받을 수밖에 없었던 화가들의 짙고 깊은 운명을 얘기한다.

앞서 언급했던, 세계마저 감동하게 한 예술적 동지 김환기와 김향안, 예순까지 그림 한 점 팔지 못했던 한국 추상화의 거장 유영국, 포로수용소에서도 미술 교본을 만들어 후학을 가르친 한국의 미켈란젤로 이쾌대, 앞서 탐구하는 자의 고된 운명을 받아들였던 나혜석, 자신만의 광대한 우주를 창조했던 화가이자 어머니 이성자, 어이 없는 총탄에 스러진 비운의 천재 이인성….

지은이는 책을 통해 예술가들의 초월성과 위대함을 강조하거나, 작품의 기법이나 사조 등의 미술 지식을 전파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우선 생애를 조망하며, 거기에서 비롯된 철학과 작품 간의 유기적 맥락을 선명히 드러냄으로써 작가들의 세계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누구에게라도 닥칠 수 있는 시련 앞에서도 인간의 기본과 본성에 충실했던 예술가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396쪽, 2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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