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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 고금리에 허리 휘는데…국민연금은 직원에게 무이자 대출 특혜

지난 9월 초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에 한 시민이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9월 초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에 한 시민이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에서 직원 복지 차원에서 무이자로 빌려주는 '비연고지 근무자금'의 부적정 이용 사례가 해마다 수십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탓에 올 2분기 가구 이자 비용이 월평균 36만원 이상 지출하는 점을 생각하면 허탈함을 불러일으킨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비연고지 근무자금 부적정 사용은 모두 131건이다. 금액으로는 48억9천210만원에 달했다.

공단은 연고지가 아닌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해당 지역에 주택을 임차할 때 보증금 등으로 사용하도록 기준에 따라 최대 8천만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주고 있다. 같은 기간 이 같은 명목으로 이뤄진 대출은 모두 483건, 194억7천907만원이었는데 전체 금액의 25.1%가 부적정 사용된 것이다.

부적정 사용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임차 보증금 용도로 대출했음에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목적 외 사용' 사례가 2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숙소 입주 17건 ▷주택 소유 15건 등의 사유가 뒤를 이었다.

문제는 '비연고지 근무자금'이란 이름으로 제공되는 무이자 대출금을 부적정하게 썼다가 발각돼도 3개월 내에 원금을 상환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처벌이나 불이익이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국민연금공단은 2018년에도 감사원으로부터 일부 직원에 대해 무이자 대출 혜택을 부적절하게 사용해 '주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 같은 관행이 개선되지 않았다.

이렇듯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무이자 대출을 손쉽게 받지만 매월 국민연금을 내는 서민의 이자비용은 크게 늘고 있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주가 상용직인 가구에서 월평균 이자비용은 36만원4천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25만8천원)보다 41.1% 급증한 수준이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 가구(41만7천원)와 고용원 없는 자영업 가구(31만4천원)가 사업용도 이외에 신용·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부담한 가계대출 이자 비용도 각각 40.0%, 35.4% 늘었다. 임시직 가구(19만5천원)와 일용직 가구(17만3천원)의 이자 비용은 1년 전보다 8.1%, 3.9% 늘었다.

김영주 의원은 "감사원 조치에도 일부 국민연금 직원이 0% 이자로 특혜를 누린 사실이 확인됐다"며 "지금처럼 고금리로 국민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무이자로 대출금을 악용하는 사례는 국민에게 박탈감과 실망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이자 대출금을 악용한 사례는 국민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에서는 더더욱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서 "비연고지 근무자금을 더욱 철저히 관리하고, 필요하다면 불이익까지 부여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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