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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퍼지는 '메이커' 문화… 중심엔 '메이커 스페이스'가

창작공간 메이커 스페이스 전국 227곳·대구 16개
장비 갖추고 창의적 만들기 활동, 제조창업 지원
市, 창업 생태계 구축 위한 메이커 문화 확산 주력

대구 수성구립 범어도서관 1층에서 운영 중인 대구형 메이커 스페이스 '크리에이티브 팩토리'. 정은빈 기자
대구 수성구립 범어도서관 1층에서 운영 중인 대구형 메이커 스페이스 '크리에이티브 팩토리'. 정은빈 기자

제작 방식에 관계없이 만드는 사람. 다가올 새로운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제품 제작·판매 디지털화를 이끄는 사람. 물리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초래하는 사람. 모두 '메이커'를 정의한 말이다.

쉽게 말해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을 지칭하는 메이커는 소비자가 부품을 구매해 직접 조립·제작하는 'DIY(Do It Yourself)'에서 발전한 개념이라 볼 수 있다. DIY가 개인적 취미 생활에 가깝다면 메이커 운동은 산업 영역까지 아우른다.

메이커 운동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IT 출판사 '오라일리' 공동 창업자이자 DIY 전문잡지 'MAKE' 창립자인 데일 도허티는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만드는 법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흐름'이 메이커 운동이라고 했다.

이 같은 메이커 운동이 대구 지역에도 번지고 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공간 '메이커 스페이스'는 지역 곳곳에서 지역 메이커들의 만들기 활동이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돕고 있다.

◆ 창업자 키우는 '공유 창작공간' 확충

대구에는 모두 16개의 메이커 스페이스가 있다.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관련 교육과 체험을 제공하는 곳이다. 대구시는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으로 지난해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안에 메이커 스페이스 전문랩 '스타트라인'을 개소하고, 2019년 지역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대구형 메이커 스페이스'를 구축하는 등 시설을 늘려 왔다.

DIY 대중화와 개성을 중시하는 문화에 따라 '다품종 소량 생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해 내기 위한 공유 창작공간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 깔렸다.

전국에 운영 중인 메이커 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기준 227곳이다. 통상 메이커 스페이스는 ▷3D 프린터 ▷3D 스캐너 ▷레이저 커팅기 ▷아크릴 절곡기 ▷플로터 ▷사출기 ▷진공 성형기 등 아이디어 구현과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3D 프린터는 도면을 바탕으로 3차원의 입체 물품을 만들어 내는 기계다. 디지털 파일이 전송되면 잉크를 종이 표면에 분사하여 활자나 그림을 인쇄하는 2D 프린터 원리와 같다. 3D 프린터는 앞뒤, 좌우에 더해 상하로 움직이면서 입체 물품을 만들어 낸다.

대구 동구 신천동 대구콘텐츠센터빌딩에서 운영 중인 경북대 '크리에이티브 팩토리'는 연면적 3천59㎡에 전문 제조 시설 '프로덕션 존', 메이커 활동 공간 '액티비티 존', 휴게 공간 '커뮤니티 존', 창업 공간 '스타트업 존'으로 구성됐다.

메이커 공간을 상시 운영하면서 교육, 멘토링·컨설팅, 설계, 투자 유치, 시제품 제작 등 맞춤형 지원과 예비 창업자를 위한 제품 고도화·양산 등 창업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달서구 호산동 대구융합R&D센터 안에 자리 잡은 '스타트라인'은 1천485㎡ 규모로 메이커 전문 장비 29종, 50대를 활용해 장비 사용 교육과 제품 제작 컨설팅·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공간을 개방해 창업, 투자, 개발 주체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테크노파크(대구TP)는 달서구 호산동 대구융합R&D센터에서 메이커 스페이스 전문랩 '스타트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와 대구테크노파크(대구TP)는 달서구 호산동 대구융합R&D센터에서 메이커 스페이스 전문랩 '스타트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 메이커 문화로 제조창업 생태계 구축

올해 들어 이들 메이커 스페이스를 이용한 사람은 모두 4만3천49명. 더해서 6천696명이 메이커 관련 교육에 참여했다.

대구시는 메이커 스페이스 이용을 활성화하고 지역 내 메이커 문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계층별, 세대별 디지털 교육 격차가 증가하는 상황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는 메이커 교육으로 ICT(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시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메이커 주간', '메이커 페스타'와 같은 시민 참여형 행사는 메이커 문화 확산 수단의 하나다. 메이커 페스타는 청소년과 시민이 참여해 창작물과 다양한 수공예품을 전시하는 체험 행사다. 올해의 경우 지난 14~15일 북구 침산동 대구삼성창조캠퍼스에서 메이커 전시·체험 부스 75개를 운영했고, 관람객 2만여 명이 다녀갔다.

대구시 목표는 일상적 메이커 활동이 창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시는 제조 분야 창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신제품 출시 등으로 인한 지역 기업 역량 강화와 부가가치 창출 등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거라 기대한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기술을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 사례 증가와 참여문화 확산으로 도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메이커 운동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메이커 확산을 위해서는 메이커와 연계되는 생태계 형성과 오픈 커뮤니티를 통한 자발적인 문화 연계가 필요하며 정부에서 이러한 흐름이 잘 이뤄지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한국형 메이커 문화 확산에는 창의적 아이디어 발현, 교육과 육성을 통한 전문 메이커 양성과 더불어 'Maker to Market'을 위한 유통 환경, 투자 환경 등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라며 "메이커 제품이 유통될 채널 구축은 메이커 문화 확산의 핵심이다. 소비자 접점 확보가 중요하며 이를 위한 메이커 전문 마켓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대구 삼성 창조캠퍼스에서 열린 '2023 대구 메이커 페스타'를 찾은 어린이들이 오성고등학교 부스에서 RC카를 체험해 보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14일 대구 삼성 창조캠퍼스에서 열린 '2023 대구 메이커 페스타'를 찾은 어린이들이 오성고등학교 부스에서 RC카를 체험해 보고 있다. 매일신문DB

◆ 메이커 교육으로 창의력·사고력 강화

교육 당국도 메이커 운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창의·융합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메이커 교육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는 ▷메이커교육 운영 내실화 ▷기반 조성 ▷역량 강화 ▷성과 공유 및 확산 4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시교육청은 교과 수업이나 자유 학기, 동아리 등 학교별 특색에 맞는 운영 과제를 2가지 이상 선택해 메이커 교육을 운영하는 '실천 학교'로 초·중·고 156곳을 선정하고 운영비를 지원했다.

15개 학교를 대상으로는 '창의융합 메이커실'을 구축하도록 하고 47곳에는 3D 프린터, 레이저 커팅기 등 기자재 관련 안전시설 구축 예산을 지원했다. 또 분야별 전문가 30명이 참여해 교육자료 개발과 장학자료 발간, 연수 지원, 공유 플랫폼 구축 등을 수행하는 '메이커 융합교육 지원단'을 운영한다.

아동, 청소년이 메이커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늘어난 추세다. 수성구립 범어도서관에는 대구형 메이커 스페이스 '크리에이티브 팩토리'가 구축돼 있다. SW(소프트웨어) 코딩, AR 교육, 드론 교육 등 최신 동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설하며 초등생부터 노년층까지 연령대별 교육 과정을 나눠 운영한다.

국립대구과학관의 경우 창의 인재 육성 프로젝트 '메이커 탐구 교육'으로 ▷학생 발명 및 아이디어 증진 교육 ▷3D 프린팅 체험 ▷아두이노(Arduino)를 활용한 IoT(사물인터넷) 교육 ▷멀티플렉스 플랫폼 활용을 통한 게임 앱 개발 등을 운영 중이다.

강은희 교육감은 "학생들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마음껏 키울 다양한 교육 환경을 조성해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가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학생들의 창의·융합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메이커 교육을 추진한다. 메이커 교육 특화 교재.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시교육청은 학생들의 창의·융합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메이커 교육을 추진한다. 메이커 교육 특화 교재. 대구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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