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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고위급 여성 경찰 '0명'…조직 사기·다양성 저하 우려

대구청, 2016년부터 총경 이상 '전무'…전체 여경 비율은 증가 추세
전문가, 정책적 해결책 요구…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란 목소리도
"조직 문화와 가사 부담으로 여성 경찰의 고위직 진출 어려워"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유무를 점검하는 여경의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매일신문DB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유무를 점검하는 여경의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매일신문DB

대구에 총경급 이상 고위급 간부 여성 경찰관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와 육아 등 가사부담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경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고위직 진출은 여전히 높고 두꺼운 '유리천장'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여경 늘어나는데 2016년 이후 총경은 0명

5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현재까지 대구경찰청의 총경 이상 고위 간부에 여경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총경 이상 고위 경찰공무원 34명 모두 남성이다. 총경은 공무원 4급 상당으로 경찰서장과 지방청 과장에 해당하며 경찰의 '꽃'이라고 불린다. 승진도 근무평정과 평판 등을 고려한 '심사 승진'만으로 이뤄지고 시험 승진은 불가능하다.

올해 기준 전국에서 총경 이상 고위직에 여경이 한 명도 없는 곳은 대구청과 세종청 두 곳뿐이다. 경기 남부청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본청·경기북부청·인천청(5명), 서울청·전남청·강원청(4명), 부산청·충북청·충남청·전북청·광주청(2명), 대전청·울산청·경북청·경남청·제주청(1명) 순이었다.

총경보다 2계급 낮은 경감 직급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대구경찰청 경감 직급 이상 전체 인원 1천258명 가운데 여경은 80명(6.4%)에 그친다. 정작 여경 채용은 확대되는 추세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소속 경찰 중 여경 비율은 2017년 11.2%(626명)에서 지난해 14.1%(842명)로 3%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경이 중하위직에 머무는 인사 구조는 조직 전체의 사기와 다양성 저해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경북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신임 여경 A(27) 씨는 "매년 여경이 늘어나고 있지만 총경 이상 직급의 고위직에 진출한 여경이 여전히 전무하다"며 "현실의 벽이 느껴져 승진 욕심은 일찌감치 버렸다"고 털어놨다.

총경보다 1계급 낮은 경정 직급까지 진출한 여경들은 고위직 진출이 어려운 이유로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와 가사 부담을 꼽는다. 경정 직급의 여경 B씨는 "최근에는 차별하는 문화가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실적 쌓기가 유리한 외근 부서의 경우 여경과 같이 일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같은 직급의 여경 C씨는 "자녀가 두 명인데 아이들이 어릴 때 대신 봐줄 사람이 없어서 승진 시험을 준비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며 "여경들은 대부분 시험 승진을 많이 준비하는 데 육아를 하게 되면 그 기회마저 잃게 된다"고 토로했다.

◆"전문보직제 도입‧남녀 비율 조정 등 제도적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현재 경찰 조직의 분위기로는 여성이 고위직에 진출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진단하며, 정책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직 경찰 출신인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순경 출신 여경이 총경 이상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극소수 사례도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며 "총경 이상 지휘부에 진출하려면 정보과나 경비과 등 부서에 최소 2~3년 근무해야 하는데 여경들은 잘 받아주지 않아 경력을 쌓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보직제를 도입해 핵심 승진 코스를 밟지 않아도 전문성을 인정받으면 고위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전체 여경의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고위직 진출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구경북 최초로 여성 총경에 올랐던 설용숙 대구시 자치경찰위원장은 "2~3년 뒤에 총경 승진 대상자에 오를 수 있는 여경이 대폭 늘어난다"며 "올해는 해당하는 승진 대상자 수가 적어서 그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균형 있는 인사제도를 위한 정책이나 여경들의 권리 등을 논의할 때 고위직에 여성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며 "실력 있는 여경 후배들이 많으니 앞으로는 대구에서도 총경 직급에 오르는 여경이 많이 배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향후 인사운영 방안에 대해 "성별 및 입직 경로별로 균형 잡힌 인사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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