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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플러스] 일상을 방해하는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피로증후군' 의심

만성피로증후군. 매일신문 DB
만성피로증후군. 매일신문 DB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아침에 상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조금만 무리해서 일하면 그 다음 날에는 심한 무력감을 느낀다', '충분히 쉬는데도 피로가 사라지지 않는다'…

모두 '만성 피로 증후군'일 때 겪는 증상들이다. 현대인들 모두가 피로를 달고 산다지만 피로가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은 병이다. 만성적인 피로가 오랜 시간 지속된다면 일상을 해치고 삶의 질을 해칠 수 있기에 조기에 진단하여 신속하게 치료를 하는 것이 삶의 질 향상에 매우 중요하다.

◆ 만성 피로 증후군의 증상들

'만성 피로 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은 지속적이고 설명되지 않는 심한 피로와 관련된 증상군을 말한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피로, 인지기능 저하, 수면장애, 자율신경기능 이상, 활동 후 권태감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피로 증상은 원인과 관계없이 지속되는 기간에 따라 증상이 1개월 이내 소실되는 일과성 피로,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지속성 피로, 그리고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피로로 구분할 수 있다. 송지은 칠곡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만성 피로의 원인 중 기질적이거나 우울, 불안 등 정신적 요인으로 인한 '이차성 만성 피로'와 달리 신체적·정신적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데 일상생활을 저해할 정도의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 피로 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만성 피로 증후군의 유병률은 명확한 진단법이 없어서 추정하기는 어려우나 미국의 경우 성인의 0.007%~2.8% 정도 보고되고 있고 한국은 1차의료기관에서 만성 피로 증후군에 해당하는 환자가 대략 1.22%로 확인된다.

6개월 이상 회복되지 않는 심한 피로 이외에도 인지 기능 장애나 일상적인 신체 기능의 장애도 만성 피로 증후군의 주된 증상이다.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는 대체로 이전과 달리 일상적인 육체적 활동 후에도 심한 피로를 호소하며 하루 이상의 더딘 회복을 보인다. 또 낮 시간 대에 변동성을 가지는 새롭게 시작된 만성 두통, 근육통, 관절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집중력 장애가 동반될 수 있고 단기간의 기억력 장애 및 판단력의 저하, 수면 장애, 인후통, 목이나 겨드랑이 림프선의 통증과 함께 장 기능 약화, 재발성 감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 만성 피로 증후군의 주요 원인은?

만성 피로 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환자의 약 1/3에서는 독감과 같은 급성 감염 이후에 갑자기 피로가 시작되며 때로는 정서적, 신체적 손상 후에 발생하기도 한다.

환자들은 보통 피로가 시작되기 전에 신체적 컨디션이 좋았다고도 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만성 피로 증후군의 원인이 감염성 질환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현재는 단일 원인 보다는 유전적 원인, 면역기능, 호르몬 조절, 산화스트레스에 대한 생화학적 기전의 이상, 감염성 질환 등 여러 인자들이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결과로 보고 있다. 명확한 인과관계가 증명되고 있진 않지만 정신사회학적 요인들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처럼 개인의 유전적 소인에 생리학적, 정신적 요인과 더불어 영양, 생활습관, 스트레스, 호르몬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만성적인 피로감과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신천 둔치를 걷는 시민들. 매일신문 DB
신천 둔치를 걷는 시민들. 매일신문 DB

◆ 무리한 운동보다는 가벼운 걷기가 해소에 도움

만성 피로 증후군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의와의 진료를 통한 자세한 병력에 대한 문진, 기질적 질환을 배제할 수 있는 신체검사 및 혈액검사를 바탕으로 환자-의사의 장기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송 교수는 "혈액검사는 만성 피로 증후군 진단을 위해 필수적이진 않으나 다른 신체 질환의 유무를 감별하기 위해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

만성 피로 증후군은 원인이 불확실하고 환자들마다 다양한 증상이 있기 때문에 치료법이 단일화돼 있지 않다. 약물이나 비약물적 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키고 일상생활 기능을 회복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치료를 진행한다. 대개는 치료를 위한 동기부여나 피로를 유발하는 상황에 대한 변화시도, 단계적 육체활동 증가 등 인지행동치료나 유산소 운동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운동의 경우 일상 생활 속 가벼운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신체활동을 증가시키고 지속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현재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5~15분 정도 운동을 시작해 서서히 양을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근육통, 관절통이 있다면 스트레칭과 같은 신체활동도 좋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갖는 것도 만성 피로 증후군 치료에 도움이 된다.

송 교수는 "만성 피로 증후군은 일반적으로는 증상의 회복과 악화가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단기간의 치료로 회복을 기대하기 보다는 지속적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지은 칠곡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송지은 칠곡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도움말 송지은 칠곡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표) 만성 피로 증후군 체크리스트

※다음 증상들 중 4가지 이상이 동시에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만성 피로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1. 기억력 혹은 집중력 장애

2. 인두통

3. 경부 혹은 액와부(겨드랑이) 림프선 압통

4. 근육통

5. 다발성 관절통

6. 새로운 두통

7. 잠을 자도 상쾌한 느낌이 없음

8. 운동(혹은 힘들여 일을 하고 난) 후 나타난 심한 권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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