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MMM] 위스키에 빠진 MZ “취하려는 게 아니라, 즐기려는 거예요”

위스키, 주류 매출서 수입 맥주 뛰어 넘어
인기 주도한 소비층은 대부분 20~30대
나만의 개성 담은 레시피 만들어 마시고
공병 인테리어 활용…조주기능사도 인기

'3천원짜리 편의점 하이볼 vs 100만원 상당 발렌타인 30년산으로 만든 하이볼'…술알못 MMM팀 기자들의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는? 인스타그램 @maeil_mz_magazine 에서 풀영상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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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멤아~ 우리 연말인데 한번 봐야지~ 이번에 위스키 바 한번 가볼래? 내가 요즘 온더락에 푹 빠졌거든~ 아 너는 하이볼 먹어도 되고~ 어쨌든 다음주 시간 비워줘~~" 에메멤에게 도착한 메시지. 에메멤은 크게 당황한다. 위스키는 비싼 거 아냐? 온더락은 또 뭣이냐? 하이볼은…새로 생긴 풋볼팀 이름인가?

섞어 먹는 술이라곤 소맥밖에 모르는 MMM팀. 연말 술 모임을 위해 새로운 술 문화를 배워보기로 한다.

◆문턱 낮아진 위스키

대구 북구의 어느 바(bar)에 도착한 MMM. 서로의 후줄근한 차림에 웃음이 터진다. 이렇게 입어도 되냐며 서로를 타박하던 와중…말끔한 복장의 바텐더가 등장한다. 바로바로 오늘의 술 선생님, aka 채 쌤. 채 쌤의 멋드러진 옷차림에 기가 죽고, 고~오급 술이 진열된 바에 앉으니 기가 한번 더 죽는다.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은 마음 뿐. 하지만 우리의 채 쌤은 뜻밖의 말을 꺼낸다. "위스키가 의외로 가성비가 좋단다~ 부끄러워 말거라~"

그렇다. 위스키는 한두 잔만 마셔도 소주 1병을 마신 것 같은 취기가 돈다. 6천원에 육박하는 소주를 먹느니 1~2만원대 저렴한 위스키를 찾아 먹겠다는 말들도 심심찮게 들린다. 맥주와 비교하면 알성비(알코올 가성비)는 더 높다. 취하고는 싶은데 맥주는 배부르다? 그러면 위스키 한 잔이면 된다. 맥주를 비워내느라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는 불편함도 없다.

위스키 인기를 이끈 주된 소비층은 MZ 세대다. 편의점 GS25 집계 결과, 지난해 위스키 판매량의 82.9%는 20대, 30대 소비자에게서 발생했다. CU에서도 지난해 위스키를 구입한 소비자 중 절반 이상이 20대(25.3%), 30대(28%)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때 국산을 위협하던 수입 맥주는 와인에 이어 위스키에도 밀려난 모양새다. 이마트는 올해 1∼10월 주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에서 위스키가 차지하는 비중이 13%로 수입 맥주(12.9%)를 소폭 넘어섰다고 최근 밝혔다.

위스키와 탄산수, 주스, 가니쉬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제조할 수 있는 조합은 무궁무진하다. 내 취향대로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고 내 이름을 붙인 칵테일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 MMM.
위스키와 탄산수, 주스, 가니쉬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제조할 수 있는 조합은 무궁무진하다. 내 취향대로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고 내 이름을 붙인 칵테일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 MMM.
일일 바텐더 '채 쌤'이 마르가리타 제조를 위해 쉐이커에 얼음을 담고 있다. MMM.
일일 바텐더 '채 쌤'이 마르가리타 제조를 위해 쉐이커에 얼음을 담고 있다. MMM.

◆내가 원하는 레시피대로 '쉐킷'

채 쌤이 따라주는 위스키를 홀짝거리다 보니 심 모 기자(주량 없음)의 얼굴이 발그레하다. 역시 알성비 높은 술답다. 그때 또다시 등장한 채 쌤. 양손에는 얼음컵을 들었다. 위스키를 그대로 마셨다면 '샷'. 얼음컵에 샷을 따르면 '온더락'이다. 얼음 컵에 양주를 넣으면 얼음이 녹으면서 술의 도수가 낮아진다. "취하는 게 다는 아니잖아?! 온더락, 하이볼, 칵테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단다! 너희들 취향 따라 내가 솜씨 좀 부려 보겠어"

위스키 신드롬은 개성과 차별화된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트렌드와 맞아떨어진다. 위스키와 탄산수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제조할 수 있는 조합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일까지 구성을 달리하면 '나만의 레시피'가 완성된다. 날마다 다른 재료를 넣어 마라탕을 즐기고 다이어리, 휴대폰, 주문 제작 옷까지 별걸 다 꾸미는 '별다꾸' 시대. MZ에게 그야말로 딱 맞는 술 문화다.

맥주파 이 모 기자를 위한 칵테일부터 만들어진다. 바로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 채 쌤은 우선 잔에 얼음을 넣는다. "이건 칠링이라고, 잔을 차갑게 만드는 과정이란다. 잔을 차갑게 만든 뒤 술을 쌓는 빌딩 작업을 하는 거란다~" 롱아일랜드 아이스티에는 무려 다섯종류의 술이 들어간다. 진, 보드카, 럼, 데킬라, 트리플섹. 이 다섯가지 술을 쌓은 뒤 스윗사워앤 믹스(레모네이드)와 콜라를 넣어주면 끝. 아차차, 레몬이 빠지면 안 된다. 이는 '가니쉬'로 잔 위에 올라가는 과일이나 야채를 조각해 예쁘게 꾸미는 과정이다. 자. 이제 맥주파 이 기자의 시식이 이어지는데… 한 입 먹고 눈이 휘둥그레. 두 입 먹더니 '크~' 소리까지 낸다. 맥주의 탄산을 콜라가 대신한 덕분이다.

달콤한 술을 좋아하는 달달파(?) 최 모 기자에게는 '데킬라선라이즈'가 제격. 여기에는 채 쌤의 잔기술까지 들어갔다. 데킬라를 넣고 오렌지주스를 잔에 꽉 채운 다음 그레나딘 시럽을 플로팅(티 스푼으로 용액을 살~짝 띄우는 것) 한다. 붉은빛을 내는 시럽이 살짝 띄워지자 그야말로 선라이즈(해돋이)가 펼쳐졌다. 해가 뜰 때까지 마시고 싶다는 최 기자의 꼬장(?)을 겨우겨우 말렸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소주파 임 모 기자와 심 모 기자를 위해서는 채 쌤의 필살기 '쉐이커'가 동원됐다. 술 맛이 강한 '마르가리타'를 만들기 위함이다. 쉐이커에 얼음을 넣고 데낄라와 트리플섹, 라임주스를 넣는다. 그리고 쉐킷-쉐킷-. 화룡점정은 소금이다. 잔 겉에 레몬을 묻힌 뒤 소금을 찍어 내는데 이는 마르가리타를 마실 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짭조롬한 맛과 함께 데킬라 향이 확 올라온다. 소주 몇 병을 마셔야 느껴지는 알딸~딸~함이 마르가리타 한 잔으로 채워졌다.

'데킬라 선라이즈' 제조의 하이라이트는 그라나딘 시럽을 플로팅 기법으로 붓는 것이다. MMM.
'데킬라 선라이즈' 제조의 하이라이트는 그라나딘 시럽을 플로팅 기법으로 붓는 것이다. MMM.
일일 바텐더 '채 쌤'이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제조를 위해 지거를 이용해 진을 담고 있다. MMM.
일일 바텐더 '채 쌤'이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제조를 위해 지거를 이용해 진을 담고 있다. MMM.

◆MZ 자유분방함과 똑 닮은 술 문화!

소주 원샷! 소맥 섞어! 폭탄 돌려! 달리고 달리던 시절은 옛말. 깔끔한 위스키 한 잔, 맛있는 하이볼 두 잔을 하다 보면 그간 못했던 대화가 무르익는다. 술만 마시면 흑역사를 생성하던 시기는 끝났다. 술을 즐기는 문화는 대화까지 풍성하게 만든다.

위스키가 떠오르며 콜키지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콜키지는 식당에 술을 맡겨놓고 먹는 것을 말하는데, 위스키는 에어링 되면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부러 보관해놓고 먹는다. "이 병 안 비우면 집에 못간다~" 이제 이 말은 넣어두자.

비워진 병까지도 MZ는 관심을 갖는다. 몇 달 전 한 중고거래 앱에는 450만원에 공병을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당시 거래됐던 '루이 13세 블랙펄'은 프랑스의 코냑 명가 레미마틴 가문만을 위해서 전세계 786병만 한정 판매됐다. 공병 가격은 위스키 가격과 비례한다. 산토리 짐빔은 2천원, 발베니 12년은 1만원대, 글렌피딕 12년은 1만원대, 조니워커 블루라벨 1만원대 등에 거래가 되고 있다. 이렇게 돈을 주고 산 공병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 MZ세대는 이 빈 병을 활용해 실내 인테리어에 활용하고 있다. 빈 병에 값싼 위스키를 채워 진열장을 꾸미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위스키 병을 디퓨저로 활용하기도 한다.

술을 공부하는 시대도 왔다. 우리의 채 쌤이 바로 산증인이다. 채 쌤은 몇 년 전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쌤은 민간자격증보단 이왕이면 국가자격증에 도전하고 싶었어. 필기는 개인적으로 공부해서 붙었고, 실기는 학원을 다녔지. 학원을 갔더니 15명 중 2명 빼고는 모두 20대더라고." 부어라 마셔라 문화도 좋다.

하지만 칵테일에는 사교활동이 더해진다. 실제로 조주기능사 필기 시험은 양주학개론, 주장(酒場)관리개론 이외에 기초영어가 포함되는데, 단순히 음료를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고 나서 서비스까지 포함되는 셈이다. "실기는 40가지 칵테일 종류 중 3가지를 랜덤으로 만들어야 해. 즉 40가지 종류의 레시피를 다 외우고 있어야 하는 셈이지." 그리고 채 쌤은 강조했다. "자유롭게 조합하면 그 모든게 칵테일이란다. 즉, 칵테일은 자유라는 것. 얘들아~ 너네가 섞어 먹으면 그게 다 칵테일이야"

MZ세대가 열광하는 술 문화. 파고 들수록 자유분방 MZ세대와도 똑 닮아 있었다. 한 해가 훌쩍 넘어가며 아쉬움이 남는 요즘. MMM팀이 MZ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바로 이것이다. 얘들아~ 너네 하고 싶은 거 다 하면 돼~ 위스키 같이 고급진 너라는 본질에, 이것저것 여러 음료를 섞다 보면 언젠가는 최고의 조합을 발견할 수 있을거야!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마무리도 건배사로 맺어보겠다. 엣헴! "청(춘은) 바(로) 지(금)!" "청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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