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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71년 17회>금상 김신규 작 "첫 주사","영호야, 따끔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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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김신규 작
금상 김신규 작 "첫 주사"

1970년대의 어느 화창한 오후, 대구의 한 국민학교 교정은 평소와 다른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던 아이들도, 고무줄놀이를 하던 계집아이들도 오늘만큼은 입술을 앙다물고 교실 복도에 길게 줄을 늘어섰다. 바로 '보건소에서 주사 맞는 날'이기 때문이다.

복도 끝 교실 문틈 사이로 희미하게 풍겨 나오는 알코올 냄새는 어린 영호의 코끝을 자극하며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앞줄에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친구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는 영호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게 하기에 충분했다.

영호의 차례가 가까워질수록 복도는 정적과 흐느낌만이 교차했다. 마침내 교실 안으로 발을 들였을 때, 영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하얀 가운을 입은 보건소 직원과 그 옆에 놓인 은색 쟁반이었다.

그 위에는 가느다란 주사바늘이 꽂힌 유리 주사기들이 위협적으로 놓여 있었다. 요즘처럼 1회용 주사기가 흔치 않던 시절, 알코올 램프 위에서 펄펄 끓는 물에 소독된 주사바늘은 보기만 해도 온몸이 오그라드는 공포 그 자체였다.줄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지만, 영호에게는 그 시간이 끝없이 길게 느껴졌다. 앞에 서 있던 친구 철수가 먼저 주사를 맞았다.

"아야!"

짧은 비명이 들리는 순간, 영호의 심장은 쿵 내려앉았다.

"다음, 김영호!"
선생님의 부름에 영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앞으로 나갔다. "영호야, 눈 딱 감아. 따끔하고 만다." 선생님의 인자한 목소리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왼팔 소매를 어깨까지 걷어 올리자 차가운 알코올 솜이 살결에 닿았다. 그 서늘한 감촉에 영호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영호는 오직 내 팔 위로 다가오는 저 날카로운 금속 끝에 집중되어 있었다.

"자, 힘 빼고!"

그 순간이었다. 팔뚝을 파고드는 날카롭고도 찌릿한 통증. 영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울음을 참으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영겁 같던 몇 초가 지나고, 다시 차가운 알코올 솜이 꾹 눌러졌을 때야 영호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교실을 나오자마자 영호는 욱신거리는 팔을 문지르며 복도를 걸어 나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세상이 무너질 듯 울던 친구들도 어느새 소매를 걷어붙인 채 서로의 팔에 남은 동그란 주사 자국을 비교하며 "난 하나도 안 아프더라"라며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

1970년대 국민학교 교실의 그 알코올 냄새와 차가운 바늘의 기억은, 이제는 희미해진 유년의 '용기 테스트'이자 우리 모두가 함께 겪어낸 성장의 훈장이었다. 영호의 팔뚝에 남았던 그 작은 자국처럼, 그 시절의 기억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동상 김춘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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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상 김수군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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