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속으로] 변미영 작가 개인전 '수십겹의 색으로 쌓아올린 무릉도원'

“화폭에 옮겨온 산수의 아름다움…유산수의 즐거움 만끽하길”
신작 40여 점 선보여…11월 21일~12월 8일 동원화랑 앞산점

변미영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연정 기자
변미영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연정 기자
유산수(遊山水), 130.3 x 80.3cm, Mixed media on panel, 2023.
유산수(遊山水), 130.3 x 80.3cm, Mixed media on panel, 2023.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그의 작품은 언제나 동식물이 자유롭게 뛰놀며 여유로움과 평안, 희망을 전한다. 몽환적인 색감으로 그려낸 봉황과 모란, 산수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신선한 향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최근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갤러리 동원(동원화랑 앞산점)에서 만난 변미영 작가는 "내 작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와유(臥遊)의 즐거움"이라며 "산수에 직접 가지 않아도 화면 안에서 무릉도원을 자유로이 넘나들면 된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결과물과 달리 작업 과정은 노동의 연속이다. 기본 바탕에 수십겹의 물감을 올린 뒤 그 색 층을 긁어내거나 닦아낸다. 바탕색을 올리는 데만 아무리 빨라도 3주가 걸린다. 색 위에 색이 더해지면서 발현하는 오묘한 색감은 보는 방향에 따라, 빛의 개입에 따라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마치 겹겹이 쌓인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듯, 긁어낸 선 속에 우연히 드러난 색 층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물감을 쌓아올리고 깎아내리는 고된 작업의 반복인데, 특히 이번 신작들에는 점·선·면의 조형 요소가 더해져 노동 강도가 심화(?)됐다. 점과 선, 면을 반복적으로 겹쳐 좀 더 입체감이 살아난 모습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 과정마저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는 "노동이 재밌고, 신나게 느껴진다.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그 재미를 마음껏 누려야 결국 내가 인정하는 작품이 되는 것"이라며 "나 자신을 성찰하고 예술을 생성하는 그 과정이 내게는 마치 성자의 길을 걷는 행위인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작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색감이 보다 화려해졌다는 것. 오랫동안 바탕 아래에 꽁꽁 숨겨져있던 물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몇년 전부터 '이제 마음대로 놀아봐라'는 마음으로 물감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크고 작은 신작 40여 점을 선보인다. 그는 "관람객들이 작품 속 유토피아에서 즐겁게 노닐다 갔으면 한다"며 "산수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생명의 본질과 가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8일까지. 053-42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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