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우리아이 아프다고 응급실 가기 전 한 번 체크해 보세요

정부가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지역·필수의료 강화 관련 혁신전략을 발표한 19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한 아이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지역·필수의료 강화 관련 혁신전략을 발표한 19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한 아이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가 밤중에 갑자기 아프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 '자칫 아이가 잘못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아이를 들쳐업고 응급실을 찾아가지만 늘 그렇듯 붐비는 응급실에 바로 치료를 받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실제로 응급 조치가 필요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집에서도 충분히 응급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 충분한 처치로 고비를 넘길 수 있다는 게 의사들의 조언이다.

열 나는 아이.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열 나는 아이.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열이 안 떨어져요, 어떡하죠?

부모들이 소아응급실을 가장 많이 찾는 이유가 아이의 열이 안 떨어져서다.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안 떨어진다고 달려오는 경우가 많고, 아이가 오한을 호소하거나 손발이 파랗게 변할 경우 놀라서 달려오기도 한다.

아이가 열이 날 때 중요한 것은 열이 날 당시의 체온이다. 열은 보통 체온이 38℃ 이상인 경우, 고열은 40도 이상으로 정의한다. 몸에 손상이 오는 최저체온은 42도인데, 일반적인 감염에 의해 열이 42도까지 올라가는 경우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집에서 해열제를 먼저 먹여보고 열이 떨어지는 추이를 하루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

주지희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교수는 "다만 3개월 미만인 경우, 경련 등의 의식 변화가 있는 경우, 8시간 이상 소변을 안보는 탈수가 있거나 컨디션이 매우 나쁘거나 심하게 쳐진다면 응급실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

해열제는 먹이고 나면 최소 30분~1시간 이후에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조금 기다려본다. 해열제는 체온을 약 0.5~1.5도 낮춰주는 효과와 동시에 진통 효과가 있기 때문에 체온을 완전히 정상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열 시에 처지는 아이의 불편감을 줄여주는 것이 사용 목적이다. 따라서 해열제 복용 후에도 여전히 열이 나더라도 아이가 잘 놀고 잘 자고 있다면 굳이 정상 체온을 만들기 위해 해열제를 계속 먹일 필요는 없다. 자칫 과다 복용으로 신장과 간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아이가 계속 토해요, 어떡하죠?

소아의 구토 원인은 다양하다. 신생아는 위장과 식도 사이를 조여주는 근육이 약해서 역류가 일어나 쉽게 구토가 발생하며, 좀 더 큰 아이들의 경우 장염이 가장 흔한 구토의 원인이다. 그러나 유문 협착증, 장 중첩증, 뇌수막염 등도 구토의 원인일 수 있다. 주 교수는 "토할 때 피가 섞여 있거나 초록빛인 경우, 아이가 많이 아파하거나 심하게 처지는 경우, 탈수의 경우, 2~3일 내 머리 손상이 있었을 경우에는 응급실 방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에서의 처치 방법은 아이가 구토를 멈추고 안정되기를 기다렸다가 안정을 찾으면 물이나 음료를 조금씩, 자주 천천히 먹여보길 권한다. 간혹 아이를 굶기는 경우가 있는데 자칫 탈수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굶기지 않도록 한다.

만약 조금씩 먹여도 아이가 계속해서 잘 못 먹거나 구토가 심해 8시간 이상 소변을 안 보거나 많이 쳐진다면 탈수 증상이 발생한 것이므로 병원에서 진찰 후 수액 치료를 생각해볼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아이의 기침이 멈추질 않아요, 어떡하죠?

기침은 이물질 혹은 호흡기 바이러스, 세균에 의해 가래와 같은 분비물이 생기면 이를 바깥으로 내보내기 위해 일어나는 우리 몸의 방어작용이다. 따라서 무조건 기침을 못하게 막는 것은 최선이 아니다. 기침으로 병원 방문이 필요할 때는 아이가 지속적으로 숨가빠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숨 쉬기 힘들어할 때, '색색'거리는 소리가 지속될 때, 기침하며 피가 나올 때, 갑자기 사레가 걸린 듯 캑캑거리거나 무언가를 입에 넣고 삼킨 뒤 기침이 지속될 때 등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처치 중 하나는 수분 섭취다. 낮에 아이가 깨 있을 땐 차지 않은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게 하여 수분 섭취를 늘리면 가래 배출이 쉬워져 기침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밤에는 가습기 등으로 건조하지 않게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다.

기침할 때 등을 두드려주거나 잘 때 쿠션을 이용해 머리와 상체를 좀 높게 받쳐주면 목 뒤로 가래가 고이는 것을 방지, 기침을 줄일 수 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어린이집을 다니거나 감기가 오랫동안 지속될 때는 호흡기 바이러스에 의한 반복 감염이 있을 수 있으므로 어린이집 등원을 잠시 쉬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기침약을 함부로 쓰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주 교수는 "미국 FDA나 대한소아과학회에서도 6세 미만 아이에게 약국에서 일반 감기약을 사 먹이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이 많고 효과적이란 근거도 없으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증상이 낫기 때문에 사용을 경고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마스크 잘 하고 손 잘 씻고 푹 쉬어 주는 것이 중요하고, 쓰게 된다면 의사와 상의 하에 단일 약재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주지희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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