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합계 출산율이 0.7명으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가운데,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현지시간) 로스 다우서트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한국은 소멸하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 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연구 대상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우서트는 2009년부터 NYT에 고정 칼럼을 집필해 오며 정치·사회·국제정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사회 보수 성향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해당 칼럼에서 나온 '중세 유럽' 비유는 합계 출산율 0.7명의 의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급됐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달 29일 3분기 합계 출산율이 0.7명으로 1년 전보다 0.1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다우서트는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이러한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흑사병으로 인한 정확한 사망 통계는 없지만, 학계에선 7천5백만명에서 2억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며 유럽 총인구의 30~60%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염병에 의한 전체 인구 감소와 출산율 저하로 발생하는 세대 간 인구 감소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한국의 출산율이 극단적으로 낮다는 점을 비유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우서트는 또한 "추가로 한 세대가 더 교체되는 실험을 수행하면 원래 200명이었던 인구는 25명 아래로 떨어지고, 한 세대가 더 교체되면 스티븐 킹 소설 '스탠드'에서 나오는 가상의 슈퍼독감으로 인한 급속한 인구 붕괴 수준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이러한 극단적으로 낮은 출산율이 앞으로 수십 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진 않았지만 2067년 기준 한국 인구가 3천500만명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통계청 인구추계를 인용해 이런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한국 사회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우서트는 "불가피한 노인 세대의 방치, 광활한 유령도시와 화폐화된 고층빌딩, 고령층 부양 부담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해외 이민이 나타날 것"이라며 "한국이 유능한 야전군을 유지하려고 고군분투한다면 합계 출산율 1.8명인 북한이 어느 시점에선가 남침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 저출산의 주된 원인으로는 잔인한 입시경쟁 문화가 자주 거론된다고 언급했으며, 보수적 한국 사회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반란과 그에 반발해 나타난 남성들의 반페미니즘이 남녀 사이 극심한 대립을 불러왔고 인터넷 게임 문화 등이 젊은 남성을 가상의 존재에 빠져들게 한 것 등이 혼인율 하락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은 미국 문화와 대비된다기보다는 미국 역시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 과장되게 나타나는 것으로 읽힌다"며 "현재 한국의 상황은 단순히 암울하고 놀라운 현상이라기보다는 미국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경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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