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의힘 혁신위 결과적으로 김기현 체제 유지 땔감 노릇 한 셈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위원장 인요한)가 조기 해산을 결정했다. 해산 결정 하루 전인 6일 인 위원장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국회에서 만났다. 17분가량 짧은 만남 후 김 대표는 인요한 위원장의 '희생 혁신안'에 "긴 호흡으로 지켜봐 달라"며 당장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요구에 대해서도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충정에서 하신 말씀이라고 충분히 공감한다"며 "지도부의 혁신 의지를 믿고 맡겨 달라"며 거부 의사를 확인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완패한 후 쇄신안 하나 내지 못했다. 며칠 동안 툭탁거리더니 내놓은 것이 '당 혁신위'였다. 김 대표는 인요한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했지만, 혁신위가 내놓은 핵심안을 거부했다.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친윤 인사들은 속속 당 요직에 복귀했다. 보궐선거를 참패로 이끈 당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 친윤 의원들, 당의 혜택을 수없이 받아온 중진들 중 원희룡 장관, 하태경 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희생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보면 혁신위 출범 이전과 이후로 국민의힘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물론이고, 한국 정치 변화를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준 셈이다. 혁신위 활동은 결과적으로 개인의 이익만 생각하는 기득권 정치인의 민낯, 정치인으로서 포부가 오직 '금배지 유지' 수준임을 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혁신위가 김기현 대표 체제를 지키기 위한 시간 벌기용 땔감이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이대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되면, '대패'를 기록했던 제21대 총선 성적표 수준에 머물거나 그보다 더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패한다면, 그러지 않아도 거대 야당에 막혀 사실상 '반쪽 정부'에 머물러 있는 윤석열 정부는 치명타를 입을 것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와 친윤, 중진 의원들은 '남의 일'처럼 모르쇠로 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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