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10시, 편도5차에 달하는 달구벌대로 수성경찰서 근처 지점에서 번쩍이는 경광등을 밝힌 경찰차와 경찰관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운전자들은 경찰의 경광봉 수신호에 줄지어 정차했다. 음주측정기에 운전자가 호흡을 내뱉자 금새 수치가 표시됐다. "지나가셔도 됩니다."
연말연시 음주운전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대구경찰청이 대대적인 대로(大路) 음주단속에 나섰다. 대로 단속을 하지 않을 거라 여기는 안일한 음주운전자를 적발하고,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된 단속동안 수성경찰서 앞에서만 음주자 3명이 적발됐다. 오후 11시 7분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A(30) 씨는 잘못한 건 인정한다면서도 억울하다며 헤실헤실 웃으며 하소연했다.
술은 얼마 마시지도 않았고 대리운전기사를 아무리 불러도 잡히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운전했다는 그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변명을 이어나갔다. 얼마 마시지 않았다는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인 0.08%보다 높은 0.09%로 나왔다.
곧이어 음주 적발에 단속된 B씨(39)는 단속 직후 착잡한 표정으로 안절부절했다. B씨는 혈중 알코올농도 0.132%로 면허취소처분을 받았는데 "면허 취소도 벌금이 나오나요?"라며 묻기도 했다. 경찰은 "재판을 받아봐야 한다"고 답했다.

"맥주 딱 한잔만 마셨다"며 당혹스러움을 표출하는 이도 있었다. 오후 11시 30분에 흰색 포르쉐 차량에서 동승자와 하차한 C씨(45·여)는 "범어네거리에서 맥주 한잔만 마시고 친구 바래다주려고 운전했다"라고 해명했다.
경찰의 음주측정에 대해 수 차례 입을 행굴 물을 달라고 하거나 한숨을 쉬며 측정을 거부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57%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결과를 통보받은 C씨가 "딱 한잔만 마셨는데 그 정도 나오냐"라고 반문하자 단속 경찰은 "적게 나오신 편이에요"라고 일축했다. C씨는 이후로도 한동안 음주단속 확인 서류에 서명하지 않고 횡설수설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가글용액 사용이나 차류, 발효빵을 섭취한 직후 운전하다 음주 수치가 나온 사람들이 재측정을 거쳐 단속을 통과하기도 했다.
경찰은 2~3분을 주기로 단속과 통과를 반복하며 교통소통을 안배했다. 이종호 수성경찰서 교통안전계장은 "계속해서 도로를 통제하면 교통체증이 이어져 시민들이 받는 피해가 커진다"라며 "도로가 지나치게 혼잡하다고 판단되면 일정 시간은 차량을 통과시킨다"라고 설명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달 27일부터 10주동안 경찰서 3개가 협력한 대로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올해 2번째로 진행된 대로단속은 수성경찰서 앞 외에도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단역과 강서소방서 앞 등 3개 지점에서 실시됐다. 경찰은 이날 모두 8명의 음주운전자를 적발, 면허정지 및 취소 각 4건의 단속 성과를 올렸다.
대구경찰청은 내년 1월말까지 음주운전 집중 단속하면서 대로변 단속도 수시로 시행한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음주단속을 통해 음주를 하지 않은 시민들에게는 안전함을, 혹여라도 음주운전을 하려는 음주자들에게는 운전을 할 여지를 없애는 경각심을 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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