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전격 사퇴했다. 전날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감지됐던 '새판 짜기'가 본궤도에 올려진 것이다. 3·8 전당대회에서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출범했던 김 대표 체제는 9개월 만에 문을 닫고 '총선 진용'이 이를 대신하게 됐다.
김 대표의 사퇴로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을 진두지휘할 비대위는 윤석열 정부의 남은 3년 향배가 내년 총선에 달려있는 만큼 대통령의 색깔이 더욱 강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장 의원 불출마 선언 후 잠적했던 김 대표는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표직 사의를 알렸다. 김 대표는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다"며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돼 송구하다"고 썼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당 혁신위원회의 주류 희생 촉구, 서울 6곳 총선 참패 분석 보고서 등으로 당내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했다.
앞서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차담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 버티기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결국 물러났다.
이제 시선은 비대위 출범 여부로 향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혁신드라이브'를 이어 가면서 지지도를 높이고, 특히 승부처인 수도권 승리를 위해서는 비대위원장 인선에서도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선한 인물을 등장시켜 감동과 스토리를 만들어 수도권 전선에서 승리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비대위가 꾸려지면 스타성이 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이른바 선대본부장 등을 맡아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는 국민의힘 내부에서이론의 여지가 없다.
당장은 12월 임시국회 현안들이 쌓여 있고, 뜨거운 쟁점들이 있어 비대위로 넘어가기 전 윤재옥 원내대표의 권한 대행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 관계자는 "어쨌든 김-장 연대가 신호탄을 쏴 올린 만큼 국민의힘이 바뀌고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게 됐다"며 "무엇보다 김 대표가 결단하면 당내 중진들로 향하는 쇄신의 칼 끝이 더 매서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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