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4 신춘문예] “안녕”, 내 작은 사람이 첫 인사를 건네요

2024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소감 / 김영욱

동시 부문 당선자 김영욱
동시 부문 당선자 김영욱

당선 소식을 받고 새 이가 날 때처럼 간질간질했습니다. 오래전부터 동시에 관심을 갖고 혼자서 요리조리 습작해보았지만, 과연 제 자신이 '아이의 마음'으로 쓰고 있는지, 꺄우뚱했습니다. 또한 '좋은 동시'란 어떤 것인지, 정말이지 수 백 번을, 제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앓던 이를 뽑고서야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어른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눈을 마주 바라보려면 무릎을 굽혀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그래야만 아이의 시선이 가닿는 세상 곳곳을 같은 눈 높이에서 나란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제 안의 작은 사람을 불러내야 했습니다, '내가 과거의 네가 되고, 네가 미래의 내가 되어,'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볼 줄 아는, 조금 더 큰 사람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려니 진정한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제 마음이 많이 아프고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원망할게 될까,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어른다운 어른으로 나이 들어가는 일의 어려움을 보고 겪고 느끼면서, 제 안의 작은 사람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처음엔 웅크리고 있던 그 아이도 어느덧 제게 말을 걸어주고, 심지어 제 손을 꼭 잡고서 잘 살아가고 있다며 다독여줍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 아이 덕분에 세상 밖으로 한 발 한 발 더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함께 해주니 좀 더 멀리 나가볼 용기도 생겼습니다. 그 아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다보니, 제 또래의 '작은 사람'들뿐 아니라, '다 큰 사람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소중한 메시지란 걸 알아채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받아 적고 다듬으니, '동시'였습니다.

잇몸을 뚫고 나온 새 이, 이것은 뽑지 말고 죽을 때까지 아껴 쓸 영구치입니다. 아니, 아니죠. 이것은 제 오랜 짝사랑이었으니 '사랑니'입니다. 이 은혜, 잊지 않고, 앞으로도 환하고 씩씩하게 자라나겠습니다.

〈약력〉

1967년 서울 태생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졸업

인하대학교 한국학과 한국문화콘텐츠 박사 수료

아동청소년 번역가로 활동 중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