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승만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공과 놓고 의견 '분분'

보훈부 '2024년도 이달의 독립운동가' 38명 선정…이 전 대통령은 1월
정치권 엇갈린 반응…박민식 보훈부 장관 "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가보훈부가 뽑은 내년도 '이달의 독립운동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이달의 독립운동가를 선정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이 전 대통령이 포함된 가운데 그의 역사적 공과를 두고 적절성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5일 보훈부는 "'세계 속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조국 대한민국의 독립을 세계에 호소하며 헌신한 독립운동가 38명을 '2024년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보훈부는 "이승만은 1919년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을 역임했고, 주미외교위원부위원장으로서 한인 자유대회 개최와 한·미 협회 설립 등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달의 독립운동가'는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기관, 기념사업회 등으로부터 265명을 추천받은 후 보훈부, 광복회, 독립기념관, 근현대사 전공학자 등으로 구성된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위원회'가 선정한다. 이 전 대통령은 '1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25일 서면브리핑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가 선정은 대한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독립영웅, 그리고 피와 눈물로 쓰인 독립운동의 역사를 조롱하는 만행"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3·15 부정선거를 감행하는 등 국민의 주권과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다 4·19 혁명으로 국민의 손에 끌어내려진 독재자"라며 선정 철회를 촉구했다.

반면,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에서 도를 넘는 비난을 쏟아냈다"며 반박했다.

윤 선임대변인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내린 모욕적인 평가 또한 복잡다단한 우리 현대사를 편향된 시각으로 섣부르게 재단하려는 오류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오로 언급한 사실관계의 대부분은 전혀 역사적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등이 이달의 독립운동가 후보로 추천한 바 있지만, 재임 당시 논란 등을 이유로 선정되지 못했다.

이번에 선정 이유에 대해서 보훈부 관계자는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고, 이와 관련해 국민적인 성금 모금 움직임도 있는 등 공적을 평가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점이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7월 이 전 대통령 서거 제58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이 전 대통령 바로 세우기는 어떤 개인에 대한 숭배나 찬양을 위한 게 아니다"며 "이념과 진영 논리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공이 퇴색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 장관은 또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 등 역사적 논쟁이 있는 인물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장관이 마음대로 할 사안이 아니라 선정위원회 등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과 함께 내년도 이달의 독립운동가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만주 정의부에서 활동한 김창환·이진산·윤덕보·김원식 독립지사(2월), 부산 일신여학교 학생들과 3·1운동을 함께한 호주인 마거릿 샌더먼 데이비스·이사벨라 멘지스·데이지 호킹(3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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