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4·10 총선, 그리고 ‘共命之鳥’(공명지조)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공명지조'(共命之鳥). '목숨을 함께(공유)하는 새'라는 뜻의 성어다. '상생' '공존'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이기'와 '공멸'의 부정적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아미타경'(阿彌陀經) 등 여러 불교 경전에는 '몸 하나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새'의 우화가 있다. '공명지조'다.

'한쪽이 없어지거나 잘못되면 자기가 잘될 것 같지만, 결국 자신도 잘못된다'는 가르침의 우화다. 두 머리가 지혜를 모아 함께하면 두 배의 효과가 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거나, 자기만 살려고 하면 공멸한다는 가르침이다.

'여의도로 출근해 세종시에서 퇴근한다' '양박 대박' '찰떡궁합' 등 표현으로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장의 '쿵짝'이 잘 맞는 지자체를 부럽게만 지켜보고 있다. '안동'과 거리가 먼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지금 안동은 역대 최악의 모래알이다. 지역 발전을 주도할 안동시와 안동시의회, 양 축의 수레를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견인차 역할을 할 안동상공회의소와 안동시체육회, 그리고 국회의원.

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 갈등하고, 반목한다. 단 두 곳의 기관조차 '1+1'의 합을 보이지 않는다. 지역이 갈가리 찢어져 삐거덕거리는데도 지역 정치의 정점에 선 국회의원의 정치 행위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쿵짝'은 이런 모습이다. 국회의원은 중앙 정치에서 장·차관과 만남의 판을 깔아 단체장이 지역 현안을 들고 와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 단체장은 지방 정치판에서 국회의원의 활동을 칭찬하고, 박수받도록 하는 소위 정치적 '쿵짝'이 필요하다.

안동의 지역 정치 모습은 어떠했나. 국회의원은 중앙 정치 무대에서 판을 깔고 자신이 직접 춤을 춘다. 그래서 얻은 과실을 스스로 홍보하는 데만 집중했다.

단체장은 서로 치켜세워 주는 소위 '행사장 정치'를 불필요한 의전이라 여겨 안 한다. 정책 추진도 정치 행위도 서로 '쿵짝' 하는 모습은 없다.

안동시의회는 사사건건 안동시 정책에 이견을 보인다. 두 기관의 갈등이 이어져도 국회의원에게는 남의 일이다. 중앙 정치판에서 자기 자리 찾는 데만 몰두해 있다. 지역사회가 갈등하고 반목해도 나 몰라라 한다.

'공명지조' 우화에서 '상생' '공존'의 긍정적 가르침을 외면하고, '이기'와 '공멸'의 부정적 미래로 치닫는 꼴이다.

4·10 총선이 1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의 꽃은 선거다. 선거는 최고의 정치적 이벤트다. 선거를 통해 '이합집산'한다. 같은 지향점이 있으면 그동안의 갈등도 아물게 한다.

흩어진 안동의 정치도 총선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하나로 모아질까? 하지만, 현실을 보면 갑갑하다. 동력을 모아야 할 국회의원이 선거철 지역에서 사라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비서실장으로 여의도 정치에 매몰돼 있다.

중앙 정치판에서 자기 정치적 역할은 최고다. 하지만, 선거를 통해 안동 지역에서 사라진 '정치'를 되살리는 데는 최악이다. 안동은 흩어진 채 각자도생해야 한다. 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손잡을 수 있는 동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젠 갈등했던 지역 기관과 동력체 스스로가 '공명지조'의 지혜를 고민해야 한다. 선거를 통해 분열이 아닌 '상생' '공존'하는 우화를 되새겨야 할 때다. 그런 모습이 아니면 지역민들이 어떤 심판을 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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