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 세 개의 심판론이 춤추는 총선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이례적인 정치 파편화 현상으로 선거 환경이 예측불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말 "이제 시민 여러분께서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검투사의 검술을 즐기러 콜로세움으로 가는 발길을 멈춰달라"며 국민의힘을 탈당해 (가칭)개혁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지난 11일 "민주당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이 전 총리는 가칭 '새로운미래'라는 간판을 걸고 창당 발기인 대회를 갖는다. 민주당 비명계 '원칙과상식' 소속 조응천, 김종민, 이원욱 의원도 지난 10일 민주당을 탈당해서 '미래대연합' 간판을 걸고 창당을 본격화했다. 이제 정치권의 최대 관심은 이준석 신당, 이낙연 신당, 양향자 의원의 한국희망당,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미래대연합이 함께 제3지대 빅텐트를 구성해 국민의힘-민주당의 거대 양당 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는지 여부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최대의 공약수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 같다"고 밝혔고, 이낙연 전 대표도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 연대의 정도나 방식 등에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민심이 어떻게 형성될지가 최대 변수다. 현재 민심의 흐름은 상당히 유동적이고 이율배반적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최대 장점인 신선함을 무기로 연초부터 전국을 순회하고 외부 인재 영입에도 공을 들이며 국민의힘 이미지 변신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한 위원장의 인기와 지지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답보 상태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 출범 이후에도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는 30%대에서 고착화되어 있고, 국민의힘 지지도는 민주당과 오차 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정부 견제론에 대한 여론은 정권 지원론보다 훨씬 우세하다. 한국갤럽 1월 2주 조사(9~11일)에 따르면,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정치 지도자에 대한 선호도로 한동훈 위원장은 22%로 이재명 대표(23%)와 큰 차이가 없는 2위를 차지했다. 2022년 6월 조사에선 4%로 처음 등장했지만 이후 점진 상승하면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 지지도는 33%로 지난 10월 2주 때와 동일했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한동훈 비대위 출범 전 12월 2주 때와 동일한 36%로 민주당(34%)과 큰 차이가 없다. 주목해야 할 것은 총선 결과 기대에 대해 정부 견제(51%)가 정부 지원(35%)을 크게 앞섰다. 한 비대위 체제가 출범했지만 이런 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한동훈 현상'은 존재하지만 '한동훈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한동훈 비대위가 아직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와 개혁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중도 외연 확장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통령실과 건강한 긴장 관계를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정권 심판론 여론은 과반 이상으로 상당히 높은데 정작 민주당 지지도는 30%대에 머물러 있다. 이런 결과는 민주당은 정권 심판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런 딜레마의 근본 원인은 국정 발목잡기, 입법 폭주, 막말, 방탄과 악성 팬덤, 도덕성 상실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3년 실형을 받은 황운하 의원,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노웅래 의원을 총선 출마 적격 판정을 내렸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스스로 자신의 도덕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회의원 선택 기준으로 우선 유형으로 청렴·도덕이 25%로 최고로 높게 나왔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거대 정당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는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3%에 불과하다. 신당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가 반윤석열, 반이재명에만 치우쳐 있고, 정치를 오직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공학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면서 국민들에게 울림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전도 없이 창당도 하기 전에 제3지대 빅텐트를 언급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거대 정당을 탈당해서 신당을 창당하면 무조건 개혁 세력인가?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론, 야당 심판론, 신당 심판론이 격돌하는 구조다. 현재 민심은 여든 야든 신당 세력이든 모두에게 반성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 세력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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