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년째 학교는 없고, 골프장만 남은 '군위 골프고'…"기존 법인 해산" "새 학교 검토" 대혼란

학교 운영 조건에 골프장 조성…1년간 영업하다 작년 말 중단
법인 이사장 숨지며 골프장·부지 민간 인수…새 법인·학교 설립 신청
대구시교육청, 기존 학교법인 해산 검토 중

골프고등학교 설립을 조건으로 들어선 군위의 한 골프장이 10년 넘게 학교 설립 계획을 신청하지 않고 조건부 영업 허가를 받아 운영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해당 골프장 전경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골프고등학교 설립을 조건으로 들어선 군위의 한 골프장이 10년 넘게 학교 설립 계획을 신청하지 않고 조건부 영업 허가를 받아 운영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해당 골프장 전경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년 가까이 설립되지 못 한 대구 군위군 '산타클로스 골프고등학교'(이하 산타골프고)를 둘러싼 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학교 설립도 않고 조성된 골프장은 1년 간 운영하다가 지난해 말에야 영업이 중단됐고, 학교 법인 이사장까지 지난해 세상을 떠나면서 기존 법인 해산과 신규 학교 설립 검토까지 동시에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22일 학교법인 일봉학원을 대상으로 법인 해산명령(2023년 11월 29일 단독 보도)을 위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일봉학원이 학교법인의 목적인 '학교 개교'와, 학교 시설과 설비 등 확보에 필요한 재산 출연을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인 이사장마저 지난해 작고하면서 현재 일봉학원 이사장 자리도 공석인 상태다.

학교법인 일봉학원은 지난 2003년 12월 30일 골프 특성화고 설립과 학교 실습장으로 골프장을 조성하겠다며 경북도교육청의 설립 허가를 받았다.

일봉학원측은 그 해부터 학교 설립 신청과 취소를 거듭하다 2011년 9월부터 이마저 중단했다. 법인 설립 후 20년 동안 학교는 세워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일봉학원측은 지난 2018년 학교 설립은 방치한 상태에서 골프장 부지와 학교부지, 골프장 사업권 등을 한 민간업체에 매각하고 공동시행자가 됐다.

이 업체 관계자는 "2018년도 5월 골프장 부지를 매입하면서 골프장은 우리가, 학교는 학교법인이 세우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골프장은 완공됐지만 일봉학원측은 민간기업측에 인수 금액 증액을 요구하며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학교 설립 신청 등 관련 절차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해 법인 이사장의 사망과 법인 해산 명령 절차 등이 진행되며 다급해진 민간업체는 골프고 설립 계획을 대구시교육청에 제출했다.

학교없이 골프장만 조성된 상황이어서 학교를 짓거나 걸맞는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 준공 허가를 받지 못해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 경북도에서 조건부 등록을 받아 1년 간 영업한 이 골프장은 대구시가 등록 기간 연장을 불허하면서 지난 1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교명은 '대구국제골프고등학교'로, 학교법인은 '금우교육재단'이란 이름으로 지난해 11월 29일 시교육청에 학교법인 및 학교 신규 설립 신청을 접수했다"면서 "학교 설립 허가를 받으면 골프장 수익금은 모두 학교 운영 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교육청은 기존 학교법인 해산 관련 절차를 진행하면서 학교법인 및 학교 설립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규 학교 설립은 검토해야할 조건이 많고, 골프장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청문 조서 작성 후 당사자에게 열람 확인을 통지했고, 청문 주재자 의견서를 검토하는 절차도 있어 학교법인 해산이 확정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규 학교법인 및 학교 설립 신청도 아직 검토 중"이라고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