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개식용 종식 특별법

"개는 가족같은 동물, 먹거리가 아니예요"

23년 6월. 대구 펫쇼 행사장에서는 대구생명보호연대가 칠성개시장 조기폐쇄를 촉구하는 캠페인이 있었다. 시민 2000여명이 서명 운동에 동참하였다 (사진출처 대구동물보호연대)
23년 6월. 대구 펫쇼 행사장에서는 대구생명보호연대가 칠성개시장 조기폐쇄를 촉구하는 캠페인이 있었다. 시민 2000여명이 서명 운동에 동참하였다 (사진출처 대구동물보호연대)

지난 9일 '개식용 종식 특별법'이 의결되었다. '개는 보호해야할 동물이지 먹거리로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시대정서의 확립을 의미한다. 하지만 매년 13만 마리의 유기견이 발생하며 동물학대 사건은 지속되고 있다. 유기견 발생과 동물학대가 끊이지 않는 이유들을 살펴보고 그 해결 방안들을 모색해보자

Q. '개식용 종식 특별법'은 왜 필요했나요?

A. '개식용 종식 특별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를 일절 금지하고 있으며, 법 위반시 징역 2-3년, 벌금 2~3천만원으로 그 처벌도 엄중하다.

과거 20여년 동안 개식용 반대를 주장하는 여론과 국제적 비난은 끊임없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가히 엽기적이었다. 반려견과 식용견을 분리하여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식용견 농장을 합법화 시켜버렸다. 개식용 산업을 축산업으로 공인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과오를 범하고 말았다.

이 정책으로 말미암아 한국은 전세계에서 개식용 산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유일한 국가가 되어 버렸다. 한국은 국가가 개식용을 장려하고 동물학대에 미온적인 국가라는 인식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

'개식용 종식 특별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를 일절 금지하고 있으며, 법 위반시 징역 2-3년, 벌금 2~3천만원으로 그 처벌도 엄중하다.
'개식용 종식 특별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를 일절 금지하고 있으며, 법 위반시 징역 2-3년, 벌금 2~3천만원으로 그 처벌도 엄중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형견들의 무한 번식과 농장주의 생명경시 풍토가 어울려져, 농장주의 판단에 따라 단시일 개체수를 몇 배로 늘리기도 하고, 가치가 없으면 쉽게 도태시키버리거나 유기시켜 버렸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로 사용하거나 자가치료가 만연해지며 항생제와 약물 오남용도 심각했었다. 2018년 '강아지 공장', '식용개 농장'의 아비규환 실상들이 연이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전 국민들이 공분하기도 했었다.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말미암아 개의 학대를 국가가 장려하는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 '개식용 종식 특별법'은 반드시 필요했다.

'개식용 금지 특별법'이 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는 동안 재석 국회의원 210명 중 반대표는 단 한표도 없었다. '개는 보호해야할 동물이지 먹거리로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국민정서를 모두가 인정하였음을 의미한다.

'개식용 종식 특별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를 일절 금지하고 있으며, 법 위반시 징역 2-3년, 벌금 2~3천만원으로 그 처벌도 엄중하다.
'개식용 종식 특별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를 일절 금지하고 있으며, 법 위반시 징역 2-3년, 벌금 2~3천만원으로 그 처벌도 엄중하다.

Q. 남겨진 식용개들은 어떻게 되나요?

A. 식용개 농장이 전업과 보상이 마무리 되기까지 최대 3년 간의 유예기간을 둔다.

'개식용 금지 특별법' 가결을 앞두고 한국육견협회측에서는 식용개 한마리당 200만원을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2022년 2월 기준으로 전국의 식용견 사육 농장은 1150여곳, 54만 마리의 식용개가 사육되는 것으로 파악되어 있다. 이를 환산하면 식용개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액만 1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개식용과 관련된 업종 종사자들의 전업지원 까지 고려하여 최대 4조원의 보상액을 요구하고 있다.

식용개 농장주들에게 개는 돈벌이 대상이었다.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개체수를 늘리려 할게 뻔해 보인다. 문제는 보상 이후의 식용개의 처리에 있다. 과거 개농장 학대 사건 사례들을 돌이켜보면 개를 먹거리로만 취급하는 개식용 종사자들이 개를 안전하게 보호해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안락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중이다. 그래서 동물보호단체는 당장 개식용 농장의 개체수 증식을 통제하자고 주장한다. 보상 전 후 식용개 학대 사례들을 엄중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Q. 개식용을 지지하는 사람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까요?

A. 2023년 12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전국의 성인남녀 2천 명에게 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94.5%는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은 적이 없다'고 했으며,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는 응답자도 93.4%에 달했다.

과거 정부와 언론들은 개식용을 찬성하는 쪽은 전통문화를 따르는 민족주의자로, 개식용을 반대하는 쪽은 개를 애착하는 외국인들의 주장을 편드는 외색주의자라는 대결 프레임으로 몰아갔었다.

'개식용 금지 특별법' 이 가결된 이 시점 상황들을 잠시 살펴보자.

누가 개를 유기하였는지? 개를 학대하는 사람은 누군지? 개를 학대하는데도 돈을 버는 구조가 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유기된 개를 보살피는 역할은 누구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개식용은 과거의 안타까운 관습이었을 뿐이지, 결코 후세에 자랑스럽게 물려줄 전통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대구 칠성시장에서 동물자유연대와 동물행동권 카라 소속 회원들이 '개 식용 철폐 전국 대집회'를 열고 있다.매일신문 DB
대구 칠성시장에서 동물자유연대와 동물행동권 카라 소속 회원들이 '개 식용 철폐 전국 대집회'를 열고 있다.매일신문 DB

Q. 칠성 개시장도 빨리 사라질 수 있나요?

A. 1991년 한국의 동물보호법 제정를 주도하였고, 개식용 반대 운동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던 대구에 우리나라 마지막 개고기 시장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2017년 성남 모란 개시장, 2019년 서울 경동 개시장, 2019년 부산 구포 개시장이 차례로 지자체와 상인들 간의 보상 협의 과정을 통해 폐쇄되었다. 이후 칠성 개시장 폐쇄를 위해 수년간 시민들과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철거를 요구하여 왔다. 심지어 전임 대구시장이 언론을 통해 조기철거를 약속까지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시의 대처는 미온적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시민 2천여명이 칠성 개시장 조기 폐쇄 캠페인에 서명하며 대구시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지역 동물보호활동가들이 칠성개시장 상인들과 협의하고 설득하여 칠성개시장 조기 폐쇄를 위해 협조하겠다는 상인들의 동의까지 받아둔 상황이지만 대구시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칠성 개시장이 이번 이왕 보상이 논의될 사안임을 알았았더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추진하여, 그 사이 희생되어질 개의 희생은 줄이고 시민들의 불편함은 덜어주는 것이 대구시의 옳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아쉬울 따름이다.

Q. 유기견을 줄이려면 어떤 조치들이 필요할까요?

A. 유기견 발생의 주 원인은 시골개 마당개의 방임, 농장개의 고의적인 유기, 무책임한 반려인에 의한 유기에 있음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개의 입양과 판매에 있어서 입양자와 판매자의 의무 사항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연간 13만 마리 가량의 유기견이 발생하는 이 나라에서 경매장과 펫샵을 통해 연간 20만 마리 이상의 강아지들이 판매되고 있다. 일명 '강아지 공장'이라 불려지는 개번식 농장에서 출하되는 강아지 수는 누계 조차 불가하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에서도 영국의 '루시법'에 상응하는 동물보호법 개정 법률안이 상정되었다. 동물의 경매와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거래 금지, 펫샵에서 월령 6개월 미만의 강아지·고양이 판매 금지, 월령 6개월 이상인 동물 100마리 초과 사육 금지, 반려동물 생산업자·판매업자 관리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반려동물 산업이 보다 건실하게 정착되기 위해서도 입양과 분양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23년 9월. 경기도 화성시 인가된 개농장에서 펼쳐진 끔직한 농장개의 실상(좌측사진). 농장주는 출산예정인 모견의 배를 직접 갈라 새끼를 빼내고(우측사진), 가치가 떨어진 개들은 방치시켜 죽게하였다. 전세계 유래가 없었던 대규모 학대 상황에서 구조된 개의 수가 1456마리 였다. (사진출처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23년 9월. 경기도 화성시 인가된 개농장에서 펼쳐진 끔직한 농장개의 실상(좌측사진). 농장주는 출산예정인 모견의 배를 직접 갈라 새끼를 빼내고(우측사진), 가치가 떨어진 개들은 방치시켜 죽게하였다. 전세계 유래가 없었던 대규모 학대 상황에서 구조된 개의 수가 1456마리 였다. (사진출처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둘째, 일명 '강아지'공장' 이라 불려지는 개번식 농장에 대한 사육두수 통제가 시급하다.

지난해 9월 경기도 화성시의 인가된 개농장에서 1426마리의 번식견이 비극적인 상황에서 구조되었다.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규모였다. 경기도와 전국의 동물보호단체와 선량한 국민들이 구조견들을 나누어 보호 중에 있다.

셋째, 동물등록 의무화가 전국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도시개와 시골개의 복지가 달라서는 곤란하다. 최초 등록 후에도 그 개의 소멸이나 이전 여부를 신고할 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동물등록을 번거로워 한다는 건 여차하면 그 책임을 미루겠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넷째, 개를 묶어 키우는 행위도 동물학대로 처벌해야 한다.

지난해 본원에서만 목줄이 목살을 파고들어 긴급 구조된 사례가 6 건 이었다. 힘든 수술과 장기간의 입원 치료를 받고 나서야 살 수 있었다. 묶여진 개는 불행하며 개는 그 줄이 끊어지기만을 고대한다. 개를 묶어 키우는 사람은 잠재적 유기행위자로 간주하는 것이 옳다.

세계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IS)가 그간 해외로 입양 보낸 한국의 구조견은 2700두에 이른다. 구조는 하였지만 결국 입양되지 못한 개들이 그 대상이었다. 그나마 외국으로 입양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우리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는 사실에 씁슬함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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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석
박순석

박순석 수의사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한국수의임상수의사회 부회장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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