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송영길 ‘정치검찰해체당’ 창당 선언에서 민주주의 타락을 본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옥중에서 가칭 '정치검찰해체당' 창당을 선언했다. 현재 송 전 대표는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돼 있다. 그를 구속하고 기소한 것은 법이지 정치검찰이 아니다. 그가 굳이 특수 목적을 강조하는 신당을 창당하겠다면 '법치해체당'이어야 적절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 창당이나 선거 출마는 원칙적으로 자유다. 유권자들 역시 어떤 후보, 어떤 정당을 지지하든 자유다. 하지만 송 전 대표의 '정치검찰해체당' 창당 선언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본다. 정치범이나 신념범이 아니면서 옥중 출마 운운하는 자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았지만 하급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도 자성은커녕 출마하겠다는 자들의 행태는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가 타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1인 1표 보통선거에 있다. 민주주의 덕분에 우리는 사회적 이견과 갈등을 물리적 폭력이 아닌 방법으로 해소하고, 정책을 추진한다. 이런 장점을 가진 민주주의가 타락하면 중우(衆愚) 정치, 폭민(暴民) 정치로 치닫기 십상이다. 프랑스 혁명이 피바다로 변질하고, 자코뱅당이 사람을 마구 죽이고, 범죄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력한 대선 주자로 공화당 지지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현상이 모두 그런 예다. 자신의 가난과 불운까지 모두 국가 탓,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것 역시 민주주의의 타락을 보여주는 단면일 것이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근대적 인간상은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간이다.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이성적 인간상, 합리적 인간상, 도덕적 인간상이 승리해 한국 민주주의가 유지, 발전되기를 소망한다. 망치와 흉기로 정치인을 때리고 찌르는 것만이 민주주의 파괴가 아니다. 형사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자들이 자성은커녕 앞다퉈 출마하고, 그런 자들을 지지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를 나락으로 몰아가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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