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방향 아니에요" 승객 말에 '대구→경주 37㎞' 고속도로 역주행한 택시

대형 화물차량 2대와 경찰이 정지시켜 사고 막아

23일 오전 5시 15분쯤 경북 경주시 건천터널 앞에서 고속도로 상행선을 역주행한 택시 운전사 A씨를 멈춰 세우고자 순찰차와 화물차 등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경북경찰청 제공
23일 오전 5시 15분쯤 경북 경주시 건천터널 앞에서 고속도로 상행선을 역주행한 택시 운전사 A씨를 멈춰 세우고자 순찰차와 화물차 등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경북경찰청 제공

어두운 새벽 고속도로에서 10대 장거리 승객을 태운 채 37㎞나 역주행한 택시 운전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과 대형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도로를 가로막아 큰 사고는 면했다.

경북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24일 택시 운전사 A(65) 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3일 오전 5시 15분쯤 대구 동구 혁신도시 인근 서울방면 경부고속도로에서 돌연 유턴한 뒤 37㎞가량 역주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같은 날 오전 4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승객 B(18) 씨와 일행 등 2명을 태운 채 출발했다. 대구 동구 반야월 일대에 정차해 B씨의 일행을 내려준 뒤 경북 영천시 B씨 집으로 가고자 경산나들목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했다.

A씨는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하행선)으로 가야 함에도 동대구분기점을 향해 서울방면(상행선)으로 달리다 "반대 방향"이라는 B씨 말을 듣고서 갓길에 정차했다. 이어 주위에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1차로를 향해 유턴하고는 그대로 1차로에서 상행선을 역주행해 부산방면으로 달렸다.

주위 운전자들의 신고가 잇따랐다. 이에 경북청 고속도로순찰대 순찰차가 하행선 경산·영천·경주나들목 등에 대씩 대기하면서, 지령실에서 보내는 역주행 차량의 실시간 위치 무전을 듣고 추적 대기를 했다.

A씨의 상행선 역주행은 목적지 영천을 넘어 경주까지 이어졌다. 영천나들목에 대기하던 순찰차도 하행선을 달리며 건너편의 A씨 차량을 쫓았다.

그 사이 상행선에서도 경주나들목에 있던 순찰차 1대가 한국도로공사 안전순찰대 차량 1대와 함께 '트래픽 브레이크'를 실시, A씨와 맞닥뜨릴 구간 일대의 교통을 가로막았다. 트래픽 브레이크란 여러 차로를 지그재그로 넘나들며 안내방송을 해 주위 차량 속력을 줄이는 것을 이른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연료 수송용 트레일러 등 대형 화물차 운전기사 2명도 도로 통제를 도왔다. 화물차 한 대는 대각선으로 고속도로 1~3차로를 가로막아 통행 차단선을 만들고, 다른 한 대는 바로 옆 갓길에 정차해 A씨 차가 도망칠 틈을 없앴다.

A씨는 경주 건천읍 건천터널 일대의 통제된 도로 2㎞ 구간에서 전방의 순찰차 경광등과 사이렌을 접한 뒤에야 속도를 줄이고 차에서 내렸다. 자그마치 22분, 37㎞ 거리의 역주행이 멈춘 순간이다. 그 사이 하행선에서 쫓아가던 순찰차도 터널 앞 중앙분리대 회차로를 통해 상행선으로 넘어간 뒤 A씨 뒤를 막았다.

붙잡힌 A씨에게서 음주나 약물을 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두려움에 떨고 있던 승객 B씨는 경찰관에게 "경찰 맞느냐. 너무 감사하다. 영천 집까지 데려다줄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순찰차 한 대가 그를 호송했다.

경찰은 최초 신고자와 대형 화물차량 운전기사들에게 감사장을 수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기사가 고의로 비정상 주행을 했는지, 심신불안이나 병력 등이 있는지 등을 조만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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