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예공화국]<27> “황제 모시듯” 신(新) 팬덤 문화의 부작용

“우리의 우상을 위해, 뭐든 다 할 수 있다”
김호중 음주운전 의혹 사태 일파만파 “황제 모시듯”
BTS(방탄소년단) ‘아미’(Army) 이후 적극적 역할

대한민국은 연예 강국이다. 전 국민이 연예인(셀럽)에 열광하고, 어릴 때부터 꿈이 대다수
대한민국은 연예 강국이다. 전 국민이 연예인(셀럽)에 열광하고, 어릴 때부터 꿈이 대다수 '연예인'이다.
월드스타 아이돌
월드스타 아이돌 'BTS' 팬 클럽 '아미' 이후 신 팬덤 문화가 생성됐다. 연합뉴스

"우리의 우상을 위해서라면~~~."

신(新) 팬덤 문화가 순수성을 잃으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이 너무 커지고 있다. 과거 조용필이나 나훈아 같은 국민 가수를 위해, 팬들이 음반을 사거나 콘서트에 가는 등 소극적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갈수록 팬들의 역할이 커지고, 심지어는 팬덤 사이에서도 계층과 특권이 생겨나는 등 과도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음반 사재기를 비롯해 콘서트 표 싹쓸이 예매를 기본이고, 심지어는 핵심 계층에 속한 팬들이 언론보도나 봉사활동 등도 주도해가며, 기자들을 압박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일부 극성 아줌마 팬들은 가정까지 소홀히 할 정도로, 팬 클럽 활동에 적극성을 보일 뿐 아니라 가정 경제마저 힘들어질 정도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김호중 음주운전 의혹 사태가 일파만파 논란이 되고 있으며, 소속사의 잘못된 대응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출처=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호중 음주운전 의혹 사태가 일파만파 논란이 되고 있으며, 소속사의 잘못된 대응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출처=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호중 음주운전 의혹 사태가 보여주는 이면

불과 5주 전, 김호중 가수가 본인 노래가 없다는 내용으로 비판한 기사(3월30일자 '연예공화국' 온라인 기사)가 팬들에게 폭탄 이메일와 일부 극성 팬들에게 항의전화까지 받은 적이 있다. 이메일 중 대부분이 "니 까짓게 우리 '호중님'에 대해 뭐 안다고 함부로 지적질이냐?"는 투의 항의성 내용이었다.

극성 팬들이 본인들이 사랑하는 우상을 함부로 비판하는 기사를 쓴 기자에게 집단 항의하는 것까지는 받아들이겠지만, 한참을 생각을 해보건데 "너무 심한게 매몰된 것 아니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또 기자의 전화번호를 아는 일부 집행부들의 전화에는 좀 더 상세한 상황을 설명하거나, 표현을 다소 누그리뜨리는 문장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소속 기획사 입장에서도 김호중 모시기는 마치 왕을 모시듯 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한다. 속칭 밥줄(큰 돈을 벌게 해주는 '쩐주'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호중은 잘못(음주 의혹과 접촉 사고)을 저지르고도, 이를 막기 위해 거짓이 거짓을 낳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일파만파 사태를 키우면서, 김호중 가수는 전 국민적인 비난의 대상이 될 뿐아니라 자칫 오랫동안 무대 위에 서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

"김호중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보호해야 한다"는 소속사와 팬심은 어쩌면 자연인 김호중을 더 크게 망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가수로서 노래를 잘한다는 것과 인간이면 마땅히 지키고, 정직하게 살아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가수 임영웅을
가수 임영웅을 '신세대 가황'으로 등극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팬클럽 '영웅시대'. 연합뉴스

◆BTS(방탄소년단) '아미'(Army) 이후 적극적 팬덤 문화

세계적인 월드스타 아이돌 BTS의 팬 클럽 '아미'는 전 세계적인 조직망을 갖고, 체계적으로 자신들의 우상을 응원할 뿐 아니라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소속사 '하이브'(당시 '빅히트')는 이를 적극 활용해, 팬덤 비즈니스로 잘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엔터 공연기획사로는 최초로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아미'들도 BTS나 공연기획사 입장에서는 한없이 고마운 존재이지만, 그 역할들이 과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기사가 나가면, 해당 기자에게 정식 항의를 하거나 수정을 요구한다. 이에 더해 좋은 기사가 나가면, 네이버에서 시스템으로 구축해 기자들의 인기 서열을 매기는 '기자 개인 구독 및 응원'에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쯤 되면 '언론 지원팀'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신세대 가황(歌皇)'으로 등극한 TV조선 '미스터 트롯' 진(眞) 출신의 임영웅 역시 초대형 국민가수로 한 순간에 등극할 수 있었던 것도 팬 클럽 '영웅시대'(지난해 말 기준 회원 20만 돌파)의 전폭적인 지지가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줬다. 임영웅 관련 작은 기사만 하나 올라오면, 바로 포털사이트 연예기사 순위에서 TOP10 안에 진입하게 된다.

영웅의 콘서트는 티켓 예매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팬들이 폭주한다. 일반인들은 티켓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로 변하고, 결국은 100만원을 호가하는 암표들이 극성을 부리게 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팬덤이 권력화되고, 그들의 우상은 황제가 되는 문화라면 심각한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팬 클럽을 보유하고 있는 해당 아티스트나 기획사는 이런 신 팬덤 문화를 이용해, 신(神)적인 존재로 군림하거나 돈을 착취하는 구조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팬들도 자신들의 욕심을 버리고, 한발 물러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야 나중에 덜 실망하고, 덜 상처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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