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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분석] 'TK통합' 뉴스에 "대구 쓰레기 경북에 마음대로 버리려고?"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매일신문DB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매일신문DB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지도. 국토지리정보원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지도. 국토지리정보원

지난 17일 매일신문 주최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과 함께하는 대구경북 발전결의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함께 '대구경북(TK) 행정통합' 추진을 천명한 가운데, 매일신문 관련 기사 댓글에는 네티즌들의 소중한 의견이 집중됐다.

악성 댓글이 잇따름에도 뉴스 댓글이 새로운 공론장 기능 역시 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두 수장들이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미리 나온 우려는 역시 미리 해소하고 가는 게, 뒤늦게 해결에 골치가 아파하는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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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네이버 뉴스 '대구경북 행정통합' 관련 댓글

▶19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우선 '[시사뒷담] 대구경북 통합하면 '인구 3위 훌쩍, 전국 유일 자치시·군·구 보유, 도쿄도와 닮은꼴?'' 기사(5월 17일 자 온라인 기사)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은

'과거 대구가 경북에서 나왔는데 그때로 돌아가는거랑 뭐가 다름? 그저 말장난뿐이잖아'

이다.

애초 대한민국 대부분 광역시가 현존 '도(道)'들에서 나온 걸 가리키는 댓글로 해석된다. 가령 대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대구부에서 대구시가 됐으나 여전히 경상북도 소속이었다가, 1981년 대구직할시로 승격하며 경북에서 떨어져나왔다.

이를 포함해 대부분 광역시가 원래 속했던 인접 도들을 능가하는 인구, 경제력, 위상 등을 갖게 된 게 대한민국 현대사이다.

이어 대구가 형님 격인 경북을 되려 흡수하는 맥락에 대해 경북에 사는 주민들은 '자존심' 문제 차원에서, 또한 경북이라는 도 명칭 자체가 사라지는 데 따른 '상실감'으로 인해 기분 나빠할 수 있다.

이걸 해소하는 게 대구경북 행정 당국이 향후 통합 과정에서 함께 추진할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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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큰 면적이 관리가 되겠냐. 이상보다 현실을 봐라'

라는 댓글도 있었다.

이는 안 그래도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넓은 경북이 대구와 통합, 면적이 넓기로 2위인 강원도보다 더 큰 지역이 되고, 그래서 행정의 손길이 구석구석에 제대로 미칠지 우려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이는 일단 홍준표 시장이 18일 오후 6시 8분쯤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도(道)를 없애고 광역시와 국가가 바로 연결되는 2단계 행정체계가 되면 중복 기능의 기관들도 통폐합되고 복잡한 행정체계도 단순화 돼 행정의 효율성이 극대화 된다"고 공언, 즉 대놓고 약속한 것을 믿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상을 넘어서는 현실을 구현하는, 즉 잘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만일 그러지 못한다면 '쓰디쓴' 책임을 지는 광역자치단체장의 모습을 기대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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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구 쓰레기 경북에 맘대로 버릴려고? 가지가지 한다'

라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인구가 밀집된 대구의 쓰레기를 상대적으로 빈 땅이 많은 경북에 버릴 수 있다는, 해 볼만한 예상을 바탕으로 한 댓글로 보인다. 그러면서 쓰레기 문제를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기존 대구 지역과 기존 경북 지역 주민들 간 일종의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롭지 않은 일을 반대하는 행동) 공수(공격과 수비) 구도를 매개로 하는 갈등 발생 가능성을 우려한 댓글로 분석된다.

이 역시 행정 당국 수장부터 일선까지 '디테일한' 관심과 책임이 필요해 보인다. 필요하다면 통합 전에 미리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항목들을 선정,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그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홍준표 시장이 18일 쓴 페이스북 글에서 "대구경북에서 촉발되는 행정체제 개편 작업은 타 시·도에도 참고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면 말이다.

비슷한 맥락의 또 다른 댓글은

'너거들 마음대로 하지 말고 의견 청취 주민 투표 해라!'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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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홍준표 "TK 통합시 500만 대구 한반도 제2도시, 2년 뒤 대구시장만 선출"' 기사(5월 18일 자 온라인 기사)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은

'잘 한다. 통페합하고 광역화 해라'

라는 지지 및 응원의 댓글이었다.

통폐합과 광역화라는, 즉 기존 체계를 좀 더 단순화하는 방향은 홍준표 시장도 강조한 부분이다. 기사 앞 부분 그가 18일 쓴 페이스북 글의 '효율성 극대화' 부분을 다시 읽어보자.

그러면서 홍준표 시장은 반대되는 '역행 사례'로 경기도 분도를 꼽으며 자신의 임기 내 분도를 천명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디스(저격)'하기도 했다. 홍준표 시장은 "경기도도 도(道)를 없애고 인근 자치단체끼리 통폐합 해 2단계 행정체계를 만드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동연 지사는 아직 답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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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사에는

'대구경북에서 대통령 놀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소리 ㅋㅋ'

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즉,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정치적 함의가 생각보다 짙은 과정일 수 있고 그 부작용 역시 나타날 수 있다는 의구심을 나타낸 맥락이다.

대구와 경북이 통합돼 경북도지사 자리는 사라지고 대구시장만 선출되는데(홍준표 시장은 18일 페이스북 글에서 "통합이 성사되면 2년 후 지방선거(2026년 6월 9회 지선)에서는 통합된 대구직할시장 1명만 선출하게 된다"고 했다), 이 경우 이전보다 더 강한 권력을 얻게 되는 맥락, 특히 대구경북이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점을 들어 대구시장 자리가 기존 대구 12석(22대 총선 당선자 모두 국민의힘 소속)에 더해 경북 13석(역시 22대 총선 당선자 전부 국민의힘 소속)까지 주목하게 되고, 사실상(=역대 총선 결과상) 25명 국회의원들을 등에 업은 광역자치단체장이 되는 맥락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광역자치단체장의 선의와 양심에 맡길 부분일지, 아니면 투표 등 제도를 통한 견제를 강조하는 변화를 만들 부분일지 시선이 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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