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신임 회장 "의료정책은 전문가와 논의가 필수"

"지금 의대 정원 확대 논의, 너무 성급…건강보험만 힘들어질 것"
"의료계와 국민 사이의 신뢰 회복이 문제 해결의 열쇠"
"메디시티 대구, 새로운 대구의 성장 모델 될 것"

올해 4월부터 대구시의사회를 이끌어가게 될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 당선인. 대구시의사회 제공.
올해 4월부터 대구시의사회를 이끌어가게 될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 당선인. 대구시의사회 제공.

"코로나19 환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경북에서 'K-방역'이라는 이름까지 받았을 정도로 대처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역 의사들이 의료전문가로 적극적인 방역에 나섰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지금의 의료정책에 있어서도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나 국회가 의료 분야의 전문가들인 의사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오는 4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회장 당선인은 인터뷰 내내 '열린 마음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달라'는 말을 자주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으로, 지금은 우리나라의 의료정책 논의를 위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실무진 중 한 명으로 활동하면서 민 당선인은 "의료 현안에 대해 대구경북지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매일신문이 민 당선인을 만나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이 풀어야 할 의료현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들어봤다.

- 대구시의사회 선거 전후로 의료계가 엄청난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노정된 문제들 중에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 의료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필수 의료인력 부족 문제의 해법으로 정부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을 추진하기 때문에 이 두가지 사안을 별개가 아니고 하나로 봐야할 것이다.

- 대구시의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의협에서도 많은 활동을 해 오셨고 그러면서 정부와 자주 만나온 걸로 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을 평가한다면?

▶ 의료 정책은 현장의 의사를 비롯한 의료 전문가의 의견이 중요하다. 정부 실무자들 또한 해당 분야에 많은 공부를 했겠지만 전문가들이 보기엔 정교함이 아쉬웠다.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 수가 보상,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적용,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정책들을 먼저 해 보고 나서 그 영향을 평가한 후에도 의사 숫자가 부족하면 그때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해도 되는데 정부가 많이 성급하게 진행한다. 정책 실행의 선후를 잘못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지역민들은 '의대 정원을 늘려서라도 의사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좀 더 많았다.

▶ 지금 의대 정원을 늘려놓으면 지금 들어간 의대생들은 빨라야 11~14년 뒤에 의사가 된다. 의대 교육기간에 수련의, 전공의 교육, 거기에 남자들은 군 복무 기간까지 계산하면 지금 의대생 숫자를 늘려도 그 효과가 나타나는 건 한참 뒤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 인구부터 시작해서 의료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지 알 수 없다. 이들이 필수 의료 인력으로 얼마나 갈 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정원만 늘려놓으면 의사들에게 줘야 할 건강보험 비용만 늘어나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 당선인이 인터뷰를 통해 의료 현안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화섭 기자.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 당선인이 인터뷰를 통해 의료 현안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화섭 기자.

- 그렇다면 지역민들에게 의대 정원 확대의 부당함을 설득시키기 위해 구상한 방법은 있는가?

▶ 의료계와 국민 간 신뢰 회복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의사가 기득권층이라 생각한다. 또 대리수술이나 진료비 허위청구 등 일부 의료진의 부도덕성이 크게 알려지면서 환자들이 의사를 신뢰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재인 케어' 때도 의사들은 MRI나 초음파 등의 과도한 건강보험 적용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파탄을 우려했지만 '밥그릇지키기'라는 말로 매도당했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은 적자가 됐고, MRI나 초음파도 선별적 적용으로 바뀌었다. 결국 신뢰 회복이 가장 큰 해결책이 될 것이다.

- 대구의 의료전달체계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매일신문이 보도한 바 있다. 정상화를 위한 방법이 있다면?

▶ 지난해 의사회에서 지역응급의료체계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뿐만 아니라 의사회 차원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수년 전부터 논의의 장을 계속 열어왔다. 지역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과밀화를 막기 위해서는 2차 병원 응급실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다. 질환별 전문성을 갖춘 2차 병원이 많이 생겨서 주말·야간에도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다면 3차 병원으로 이송이 필요할 경우 지체되지 않을 것이다. 의사회도 2차 병원 응급실 활성화와 2차에서 3차 병원으로 이어질 때 지체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대구시와 지역 언론도 시민들의 응급실 이용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 최근 '메디시티 대구' 관련 사업이 축소되는 분위기다. '메디시티 대구 의료관광산업위원장'을 맡았던 입장에서 대구가 '메디시티'가 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 대구의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이 됐던 게 '메디시티대구협의회'였다. 당시 협의회를 통해 중국의 상황을 다른 지역보다 먼저 접할 수 있었고, 협의회를 통해 대구시청과 의료계와의 협의가 빠르게 이뤄진 부분도 있다. 그래서 축소되는 부분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제 코로나19 팬데믹도 극복한 상황이고 의료를 위해 아시아 내 다른 국가에서 대구를 방문하는 기회가 많아질것이다. 또 지난해 일본 고베시 의사회를 방문했을때도 '메디시티대구협의회'에 대해 고베시 의사회에서 벤치마킹하고 싶어했다. 분명히 장점이 많은 성장모델이라고 생각하기에 더 나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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