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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GTX 블랙홀 또는 경제 구심점

이수현 서울취재본부 기자
이수현 서울취재본부 기자

"광역급행철도(GTX)로 구심력이 강해져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권이 경제 발전 원동력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구심력'이라는 한 단어로 GTX 효과를 요약했다. 기존 GTX A·B·C 노선을 연장하고 D·E·F 노선을 신설하면 광역경제권이 형성돼 교통난 해소는 물론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GTX 출퇴근 30분 시대'가 가시화되면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벌써부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올해 1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 신고 건수는 작년 12월보다 12.7% 증가했다. 인천·경기 지역 등 GTX 수혜 지역에서 증가폭이 특히 두드러졌다.

들썩이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조용하다. 무엇보다 GTX 광역교통대책으로 경제 구심점이 아닌 '블랙홀'이 만들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2020년 국토연구원은 GTX 개통 시 통행 시간이 30분 이상 감소하는 수혜 인구는 시청행·삼성역행 기준 약 190만~270만 명이라는 연구 결과를 냈다. 삼성역행을 기준으로 보면 대구시 전체 인구(작년 12월 기준 약 237만5천 명)보다 많은 인구가 GTX로 수도권 유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토부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GTX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면 지역균형발전이 쇠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수도권에 3천만 명이 아니라 4천만 명이 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수단이 GTX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5일 GTX 6개 노선을 발표하며 지방판 광역급행철도인 X-TX를 제시했다. 대구경북신공항철도에 GTX급 차량을 투입하고 대전·세종·충청은 선도 사업으로 CTX를 추진, 부산·울산·경남과 광주·전남 등에도 광역급행철도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GTX에 비해선 윤곽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재원 조달 방식이나 민간 투자 유치 대책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지방 전체 인프라 구축과 연계 없이 X-TX라는 광역급행철도만 놔서는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교육·부동산 등 각종 인프라가 밀집된 수도권과 달리 지방 대도시권은 상대적으로 끌어들이는 '구심점' 역할이 약할 수밖에 없어서다. 장기적으로 광역급행철도를 운영하는 단계에서 지자체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구색 맞추기용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 대선 공약이나 국정 과제에도 없었던 X-TX가 갑자기 등장한 까닭은 비수도권 반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방책 아니냐는 것이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출퇴근 고통을 모른 척할 수는 없습니다. 2~3시간 정도 소요되는 출퇴근 시간을 시급히 해결해야 합니다." "다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지방 대도시권에도 X-TX가 보급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지난달 25일 정부가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을 발표한 자리에서 '비수도권 교통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어느 국토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GTX로 수도권 주민 출퇴근 고통을 해소하면서 지역균형발전까지 이뤄내려면 지방의 현실에 맞춘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GTX시대가 지방에도 경제 구심점을 형성하게 될지, 수도권 블랙홀로 전락할지는 정부 역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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