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밸류업 프로그램, '반짝 효과'에 그칠까 "주주환원 속도 내야"

프라임 시장 저PBR 종목 6개월 이후 고점 찍고 하락
한국 정부, 이달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확정 전망
외국인 투자자 쏠림, 하루 만에 44조6천억원 순매수

13일 마스크를 쓴 여성들이 일본 도쿄 시내 증시 현황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장중 37,800선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치 기록 경신에 다가섰다. 연합뉴스
13일 마스크를 쓴 여성들이 일본 도쿄 시내 증시 현황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장중 37,800선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치 기록 경신에 다가섰다. 연합뉴스

일본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저PBR(주가순자산비율) 효과가 6개월 정도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한국 정부가 예고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벤치마크로 평가된다.

13일 에프앤가이드와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일본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프라임 시장의 저PBR 종목들 주가는 약 6개월 이후 고점을 찍고 하락 전환했다.

저PBR 종목들이 프라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건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직후 3개월 정도였다. 프라임, 스탠다드, 그로쓰 지수로 나뉜 일본증시에서 프라임은 한국 코스피, 그로쓰는 코스닥에 견주는 시장이다.

비교적 체급이 낮은 종목들로 구성된 스탠다드 시장의 저PBR주 역시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초기 상승하다가 6개월을 기점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스탠다드 지수 종목은 6개월 지점에서 주가가 과열돼 고PBR주로 전환됐고, 이후 상승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로쓰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은 밸류업 프로그램 이후 주가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 작년 3월 당시 도쿄증권거래소는 주당순자산가치(BPS)가 1 이하인 상장사를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한국 정부가 준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상장사가 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를 포함한 '기업가치 개선 계획'을 공표하도록 권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중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밸류업 프로그램을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예고에 따라 국내에서도 저PBR 종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고배당 ETF 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은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13일 코스피 거래 실적을 보면 하루 동안 외국인 투자자가 4천46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고, 반대로 개인 투자자는 7천449억원 상당을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저PBR 업종 중 지주사 종목의 차익실현, 반도체 업종 순환매가 나타난 가운데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지속됐다"며 "SK하이닉스와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인공지능(AI) 동맹' 기대에 반도체 업종이 상승하면서 관련주가 집중된 코스닥이 코스피 대비 강세를 보였다"고 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계기로 한국증시 매력도를 높이려면 소액주주 중심의 주주환원 정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지난해 말 한국 경제를 두고 "'삶은 개구리 증후군'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경제 위기를 앞두고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맥킨지가 지적한 위기 중 하나다. '소액주주 이익에 박하다'는 인상이 강한 점은 글로벌 투자자가 한국증시 진입을 주저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지목된다. 한국기업은 자사주를 사더라도 매각하지 않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맥킨지는 이를 '성장하지 않으려는 인센티브'라고 표현하며 "시장이 한국기업의 지배구조를 신뢰하지 않으면 한국시장의 매력도가 계속 낮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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