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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도로 위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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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에미상을 휩쓴 미국 드라마 '성난 사람들'의 구상은 '난폭 운전'에서 비롯됐다.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성진 감독의 경험이 바탕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겪었던 난폭 운전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당시 이 감독의 차 뒤에 있던 SUV 운전자가 경적을 울려대고, 창문을 내리고, 욕설을 퍼부었단다. 신호가 바뀐 줄 모르고 잠깐 지체했는데, 모욕을 당한 것. 화가 난 이 감독은 SUV를 뒤쫓다가, 아차 싶어 멈췄다고 한다.

'성난 사람들'은 복수극이다.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차가 되레 경적을 울렸다. 분노가 솟구친 상대 차량 운전자가 응징에 나서면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난폭과 보복 운전이 불씨가 된 남녀 주인공의 갈등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복수의 서사는 쾌감과 고통에서 삶의 성찰로 이어진다.

이 드라마에서 '로드 레이지'(road rage)란 단어가 자주 나온다. '도로 위의 분노', 즉 난폭 운전을 말한다. 운전석에 십자가상, 염주를 걸어둔 사람도 핸들만 잡으면 거칠어진다. 1984년 미국 LA타임스가 이 용어를 처음 썼다. 다른 차 앞에서 일부러 급제동하거나, 진로를 방해하는 것이 로드 레이지의 유형이다. 사망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국내에서 난폭 운전으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한 해 약 1천200건이다.

보복 운전은 난폭 운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국내 보복 운전 건수는 연간 5천여 건에 이른다. '깜빡이' 없이 차로 변경을 하는 등 대부분 사소한 시비가 발단이다. '보복 운전은 정신질환 증상'이란 주장도 있다. 일종의 분노조절장애(의학 용어는 간헐적 폭발성 장애)다.

분노는 개인 심리 영역이나,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끝 모를 경쟁, 경제적 불안, 양극화, 인간 소외 등은 분노의 자양분이다. 켜켜이 쌓인 분노가 '자동차'란 익명 공간에서 로드 레이지로 분출된다. 운전대 앞에서 분노는 금물이다. 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읊조리며 분노를 삭이자.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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