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법의 심판 피하려 UN까지 끌어들이는 간첩 혐의자들

북한의 지령을 받아 지하조직을 결성한 뒤 반국가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피고인들이 오는 16일 1심 선고를 앞두고 돌연 UN인권이사회에 '특별절차'라는 구제 신청을 냈다. "지난 30년간 사상과 결사, 정치 활동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오랜 탄압으로 인해 인권과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UN이 자신들의 재판을 즉시 중단할 것 ▷재판부가 국가보안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도록 권고할 것 ▷제3국으로의 망명을 지원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런 요청을 한 피고인 3명은 2017년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이적단체인 충북동지회를 결성한 뒤 2만달러 상당의 공작금을 받고, 4년간 국가 기밀 탐지, 국내 정세 수집 등의 안보 위해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특별절차는 UN인권이사회가 특정 국가나 인권 주제에 관해 조사하는 것으로, 조사단이 직접 해당 국가를 방문해 정부를 상대로 조사한 뒤 그 결과를 인권이사회에 제출한다. 그러나 회원국의 재판에 개입할 권한은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구제 신청에 UN이 응한다 해도 이들에 대한 재판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UN에 대한 이들의 구제 요청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구제를 요청한 것은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 3명 중 2명에게 징역 20년을, 1명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1명은 따로 법관 기피 신청을 내 아직 결심 공판이 열리지 않았다.

2021년 9월 기소된 이들은 온갖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시켰다. 5차례나 법관 기피 신청을 냈고 신청이 기각되면 항고·재항고를 반복했다. 이로 인해 2021년 10월 첫 공판이 시작된 이후 검찰 구형까지 무려 27개월이나 걸렸다. 5번째 법관 기피 신청을 재판부가 기각하고 1심 선고일을 16일로 잡자 UN을 끌어들여 선고까지 방해하려 한다. 1심 선고 형량은 이런 가증스러운 술수까지 감안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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