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냄비 속 개구리

박상전 논설위원
박상전 논설위원

손흥민 등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 중인 축구 선수들은 국내에서 헌혈을 할 수 없다. 인간 광우병(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낳은 결과다. 대한적십자사 혈액본부에 따르면 인간 광우병이 발생한 지역에서 일정 기간 거주한 사람은 국내에서 평생 헌혈을 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필요 이상의 규제는 '수박 꼭지'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0여 년 전까지 수박은 반드시 꼭지를 남겨 두고 출하를 해야 했다. '꼭지 없는 수박은 신선하지 않다'는 비과학적 근거 때문이다. 꼭지를 유지하기 위해 일손 투입이 늘었고, 유통 과정에서 꼭지 때문에 난 상처로 손상되는 물건도 많았다. 꼭지 유지에 따른 손실은 그대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됐다.

'B형 간염 바이러스' 사례는 좋지 않은 규제가 얼마나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고(故) 김정룡 서울대 명예교수는 1973년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원을 혈청에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우리는 세계 최초 백신 개발 국가가 됐으나, 해당 항원을 활용한 백신은 1983년이 돼서야 자체 생산이 가능했다. 정부의 생산 허가 기간이 무려 10년이었고, 그 사이 미국과 프랑스가 백신을 출시하면서 세계 시장을 선점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자유도는 세계 최하위권이다. 러시아, 중국, 멕시코, 터키 수준으로, 정부 규제가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노동시장과 노동자유도 분야는 최저점에 가깝다. 세계적 컨설팅 그룹인 '매켄지&컴퍼니'는 지난해 내놓은 '개구리 보고서 2탄'에서 "한국 경제가 들어 있는 냄비는 규제라는 인화물질 때문에 뜨거워지고 있다. 달궈져 가는 냄비 속에서 개구리(한국 경제)를 빨리 탈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영철 전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실장 주도로 '좋은 규제를 위한 시민포럼'이 발족한다. 나쁜 규제를 없애고 좋은 규제를 생산하기 위한 민간 주도의 첫 규제 감시 기구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유효기간이 지난 규제는 과감히 폐기해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길 기대한다. 규제 개혁을 위해 시민이 나선 만큼 정부와 국회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장벽이 된 규제는 없애고, 디딤돌 규제를 쌓아 올려 국가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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