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TK의 순정’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처음 본 남자 품에 얼싸안겨/ 푸른 등불 아래 붉은 등불 아래/ 춤추는 댄서의 순정/ 그대는 몰라 그대는 몰라/ 울어라 색소폰아". '댄서의 순정'의 가사 1절이다. 원곡은 '땐사의 순정'이며, 1959년 발표됐다. 이 노래는 술집 댄서로 생활하며 가족 생계를 맡았던 여성의 애환을 담았다. 가사가 퇴폐적이란 이유로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뜬금없이 왜 '댄서의 순정'이냐고? 4년 전 기억 때문이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21대 총선에서 'TK 물갈이' 공천을 했다. 보수당의 텃밭을 갈아엎은 것. 원칙 없는 공천 배제(컷오프), 현역 의원 지역구 옮기기, 지역에서 활동한 예비후보들의 경선 기회 박탈….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후보들이 공천을 받고 지역에 왔다. 지역민들은 '처음 본 후보'에 당황했지만, 얼싸안았다. 지지 정당에 등 돌릴 수 없어서다. 'TK의 순정(純情)'이다.

미래통합당의 21대 총선 결과는 무참했다. '문재인 정권 심판'을 외쳤지만,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했다.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는 공천 실패다. 국민의힘은 이번 22대 총선에서 '시스템 공천'을 천명했다. 단수 및 전략공천, 경선 지역구를 발표하고 있다. TK에선 25개 선거구 중 단수공천 4곳, 경선 11곳이 확정됐다. 현재까지 '물갈이를 위한 물갈이' 논란은 없다. 다선 의원에게 경선 기회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10곳은 미정이다. 경선 지역도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시스템 공천'이란 평가는 아직 이르다.

TK는 국민의힘 텃밭이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으면 거의 국회의원이 된다. 그러니 '예선'이 '본선'보다 치열하다. 그만큼 공천이 중요하다. 지역민의 의사를 잘 반영해 좋은 후보를 골라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다. 국민의힘은 TK를 '집토끼'로 취급했다. 당 지도부는 내리꽂기 공천을 자행했다. 지역 현안도 홀대했다. 지금도 그렇다. 정부·여당은 수도권 반발을 의식해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총선 뒤로 미뤘다. 그런데도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에는 지극정성이다. IBK기업은행 대구 이전에는 관심이 없다. 수도권과 부산에는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면서, TK 현안에는 성의가 없다. 'TK 순애보(殉愛譜)'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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