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천 논란 확산 속 민주당 사활 거머쥔 이재명의 선택은?

더불어민주당 공천 내홍이 확산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재명 대표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21일 민주당 의총에서 의원들은 이 대표를 향해 "반대파를 척살 대상으로만 보느냐" "지도자가 경쟁자를 적으로 돌린다" "최종 목표는 총선 승리가 아닌 당 장악"이라고 공격했다. '지난 대선 때 원팀이었나?' 싶을 정도의 수위 높은 발언들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공천 심사에서 비명계 의원들이 줄줄이 탈락하고, 당내 경선에 패한 현역 대부분도 친명계는 아니다. 앞으로도 친명 주축의 공천이 확실시되고 있어 논란 확산은 불가피하다. 비명계에선 '공천 학살'을 넘어,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대표는 "새롭게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일 뿐"이라며 "(하위 평가자 가운데) 제가 아끼는 분들도 많이 포함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개혁과 공천 룰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지난 18대 총선, 사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발언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는 "변화와 개혁을 이끄는 것이 당에 대한 기여다. 특정인 관계에 따른 룰 변경은 없다"고 했다. 당시 압승을 예상했던 한나라당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고, 이 전 사무총장도 지역구에서 패했다. 이때부터 친이-친박 갈등이 본격화했고, 그다음 총선에서 친박의 대대적 복수극이 펼쳐졌다.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의 다툼이 근원지다. 민주당 친명 세력이 자기들 위주의 공천을 포기 못 하는 이유도 총선 이후 '이재명 중심의 민주당'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독재 공천 논란'은 반대파의 희생을 불러오고, 그 희생은 반드시 복수를 불러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고공 행진 중이던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당하는 것을 보면 당내 반목과 대립의 결과가 먼 훗날의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고집부리며 개혁을 빙자헤 하는 사천 작업이 중단되지 않는 한, 민주당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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