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타이틀 욕심은 없습니다. 팀 성적이 좋아지도록 하는 게 올해 목표죠."
주장다운 말이다. 구자욱(31)은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의 주장을 맡아 선배들과 후배들 사이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잘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선수단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도 전보다 더 민감해졌다.
구자욱은 "지난해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선수단 분위기도 좀 가라앉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감독님이 자신감을 심어주시고 활기를 북돋우시면서 재미있는 캠프가 되고 있다"면서 "후배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많이 들으려고 한다. 잔소리도 거의 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구자욱이 26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 경기에 출전해 타격을 하고 있다. 삼성 제공](https://www.imaeil.com/photos/2024/02/27/2024022710364070290_l.jpg)
지난 시즌 구자욱은 타율 2위에 올랐다. 타율 0.336으로 맹활약했으나 타격왕 자리를 NC 다이노스의 베테랑 손아섭(타율 0.339)에게 내줬다. 그는 "굳이 얘기하자면 이번 시즌엔 3할 타율, 4할 출루율, 5할 장타율 정도를 염두에 두겠다"면서도 말끝마다 팀 성적을 더 강조했다.
주장이 된 만큼 이젠 '나보다 팀이 먼저'라는 말이 더욱 와닿는다는 게 구자욱의 말이다. 그는 "후배들의 성장을 도우면서 선수 생활이 그리 오래 남지 않은 선배들을 잘 챙기겠다"며 "특히 선배들에겐 즐겁게 야구를 했다는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 구자욱은 수비 위치를 바꾼다. 지난해엔 주로 우익수를 맡았지만 올 시즌에는 좌익수로 이동한다. 우익수 자리에는 중견수로 뛰던 김현준이 서고 중견수는 김성윤이 맡을 예정이다. 김현준의 수비 부담을 줄여 공격력을 더 활용하고, 구자욱의 체력 부담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의 아카마 구장에서 전지훈련 중 이동하고 있는 구자욱(오른쪽)과 오재일.](https://www.imaeil.com/photos/2024/02/27/2024022710364193014_l.jpg)
구자욱은 "수비할 때 타구의 질, 방향이 달라 어려움이 있긴 하다"면서도 "외야수라면 어느 자리든 가리지 않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어느 자리든 좋다. 앞으로도 언제든 팀이 원하는 대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고 했다.
삼성은 올 시즌 새 외국인 타자와 함께한다. 구자욱과 함께 삼성 타선의 핵을 이루던 호세 피렐라 대신 데이비드 맥키넌이 합류해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맥키넌은 붙임성이 좋아 금세 팀에 녹아들었다.
구자욱은 "피렐라는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준 선수였다. 잠자던 열정과 투지를 깨워줬다. 정말 고마운 선수다"며 "맥키넌은 선수들과 어울리는 데 적극적이다. 훈련에 집중하고 야구를 연구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에서 만난 구자욱. 채정민 기자](https://www.imaeil.com/photos/2024/02/27/2024022710423591373_l.jpg)
이번 시즌 삼성이 당장 우승을 노릴 건 아니다. 구자욱도 이를 잘 안다. 이제 다시 한 계단씩 올라가겠다는 게 구자욱의 각오다. 불펜이 강화되는 등 선수층이 두터워졌다는 걸 선수들도 느끼는 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전했다.
그는 "냉정히 말해 우리가 '왕조'라 불리던 시절과는 선수층이 다르다. 당장 우승 얘기를 하는 게 욕심이라는 것도 안다"며 "일단 '가을야구'를 하는 게 먼저다. 그런 다음 차근차근 올라서겠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영입돼 시너지(동반 상승 효과)가 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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