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에듀, 한류보다 더 감동적”…경북에 유학 온 외국인 고등학생 48명, 학령인구 감소에 전국 최초 유치

베트남 28명, 태국 8명, 몽골 8명, 인도네시아 4명 등 4개국 출신
예비교육 일주일 만에 토픽 1급 모의시험서 절반 이상이 합격 성적
현지에서도 상위권인 학생들… "이중언어 구사하며 국내 학교 생활도 기대"

경북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해외에서 선발한 고등학생들이 27일 경북 영덕군 병곡면 해양수련원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난딘 에르덴(몽골), 응우옌 응옥 티엔(베트남), 알비아누스 랜디에스(인도네시아), 푸보로인 상진다(태국).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해외에서 선발한 고등학생들이 27일 경북 영덕군 병곡면 해양수련원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난딘 에르덴(몽골), 응우옌 응옥 티엔(베트남), 알비아누스 랜디에스(인도네시아), 푸보로인 상진다(태국).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큰 배를 타고 먼바다를 항해하는 저의 꿈을 경북에서 이루게 됐어요."

27일 오후 경북 영덕군 병곡면 경북도교육청 해양수련원. 이곳에서는 지난 19일부터 경북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유치한 외국인 고등학교 유학생 48명이 예비교육을 받고 있다. 다음 달 4일 경북 특성화고교 8곳에 동시에 입학한다.

이곳에서 만난 알비아누스 랜디에스(17·인도네시아) 군은 "어릴 적부터 키워 왔던 항해사의 꿈을 한국에서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랜디에스 군의 고향 남술라웨시섬은 옛부터 대형 범선을 만드는 조선기술이 발달한 곳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랜디에스 군도 큰 배를 타고 먼바다를 나가는 게 인생의 목표였다.

어릴 적 꿈을 이루고자 랜디에스 군은 선원처럼 제복 형태 교복을 입는 현지 학교에 다녔고, 전교 3등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이런 그에게 경북교육청이 추진하는 우수 유학생 유치 사업은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줄 소중한 기회로 다가왔다.

경북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해외에서 선발한 인도에시아 출신의 학생들이 27일 경북 영덕군 병곡면 해양수련원 급식실에서 볶음밥과 김치 등 한식을 맛 보기 위해 음식을 식판에 옮겨 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해외에서 선발한 인도에시아 출신의 학생들이 27일 경북 영덕군 병곡면 해양수련원 급식실에서 볶음밥과 김치 등 한식을 맛 보기 위해 음식을 식판에 옮겨 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랜디에스 군은 현지 학교장 등의 추천을 받아 포항 한국해양마이스터고등학교 스마트운항과 1학년으로 등교한다. 국내 체류비 또한 한국해양마이스터고와 업무협약 중인 동원산업에서 지원하고, 졸업 후 특전으로 취업의 기회까지 안게 됐다.

랜디에스 군은 "가족들도 너무 기뻐하고 감사해 하고 있다"며 "앞으로 학교에 다니며 많은 친구를 사귀고 도움과 지원을 해주신 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멋진 항해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몽골 출신 난딘 에르딘(16) 양은 영주 한국국제조리고 조리과 입학을 앞두고 있다. 에르딘 양은 "요리사였던 할머니를 보고 자라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며 "동양 음식을 더 다양하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국제조리고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 "관광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에서 다양한 동양 음식을 많이 배워 관광과 음식이 결합한 저만의 식당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한국국제조리고를 졸업하고 나서도 한국에서 경험을 쌓고 한국어와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 목표를 이루고자 노력하겠다"고 했다.

경북교육청은 갈수록 줄어드는 학령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국 최초로 지역 내 특성화고를 활용한 고교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했다. 고교 유학생 유치를 통해 학령 인구를 유입하고, 지역 내 취업까지 연계하는 새로운 시도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며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사례로 꼽히고 있다.

올해 유치한 4개국 48명 중 한국해양마이스터고에는 인도네시아 학생 4명이, 의성 유니텍고에는 태국 남녀 학생 8명이, 경주 신라공업고와 경주정보고, 경주여자정보고에는 베트남 학생 25명이 각각 입학한다. 또 성주 명인고에는 베트남 학생 3명이, 영주 한국국제조리고와 한국철도고에는 각각 4명씩 몽골 학생 8명이 진학한다.

경북지역 특성화고는 해마다 전국 최고의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전국기능경기대회 종합부 4회 연속 우승, 학생부 6년 연속 우승이라는 역대 최고의 기록을 달성 중이다.

경북교육청은 이런 강점을 앞세워 우수 유학생 유치와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경북교육, 세계교육 표준으로'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해외에도 경북 직업교육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학기 시작에 앞서 이들 유학생은 지난 19일부터 28일까지 10일간 영덕에 있는 경북교육청 해양수련원에서 합숙하며 예비교육을 받았다.

교육기간 내내 학생들의 표정은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했다. 예비 교육 기간에는 수업 적응을 위한 한국어, 한국 예절, 수업 방식 등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또 학생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 등을 통해 3년 간 타국에서 생활하는데 대한 불안감 해소에도 노력했다.

경북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해외에서 선발한 고등학생들이 27일 경북 영덕군 병곡면 해양수련원에서 독도 체험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해외에서 선발한 고등학생들이 27일 경북 영덕군 병곡면 해양수련원에서 독도 체험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예비교육 기간 학생들의 역량을 검증한 경북교육청과 관계자들도 크게 감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학생들은 지난 27일 예비교육 수료식을 하루 앞두고 한국어능력시험(TOPIK) 1급 수준에 해당하는 기출문제 70문항을 120분 동안 풀어보는 모의시험을 진행했다. 48명의 유학생 중 절반 이상이 합격 수준인 120점 이상을 기록했다.

경북교육청은 학생들이 새 학기를 시작하더라도 학교별로 한국어 교육 등을 꾸준히 진행해 우리나라 정착을 도울 계획이다.

경북교육청의 우수 유학생 유치는 현지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첫 사업 준비단계부터 임종식 경북교육감이 업무협약을 위해 직접 해당 국가를 방문해 교육기관 소통을 추진했다. 미성년자로 해외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학부모들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설명회 등을 개최했다.

츠고투 우르자야 주부산몽골 영사는 "현지에서는 'K-에듀' 열기가 케이팝이나 한류보다 더 뜨거워지고 있다"며 "경북교육청이 몽골 학생들이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줘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고교 유학생 유치 사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취업비자'다.

현재 국내에는 고교 졸업 예정자나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취업비자가 없다. 경북에 온 이들 유학생은 졸업 후 한국 기업에 취업하려면 본국으로 돌아가 비자를 발급받은 뒤 재입국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이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라며 "전북교육청에서도 내년부터 해외 유학생 유치 사업을 추진하는 등 전국적인 관심이 높은 만큼 제도 개선과 해결책이 좀 더 빠르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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