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하게 아픈 것도 통역 되나요’ 포항시 인공지능 활용 외국인 의료지원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등 5개 언어 제공…추후 확대
일반 번역 앱으로는 어려운 전문 의학언어 번역
종합병원부터 개인병원 및 약국까지 보급

4일 포항시청 중회의실에서 인공지능 다국어 의료지원 서비스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4일 포항시청 중회의실에서 인공지능 다국어 의료지원 서비스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가 의사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이 병원이나 약국에서 정확한 증상을 전달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지원 사업을 실시한다.

일반 번역어플리케이션(앱)으로는 도통 번역이 어려운 전문 의학용어는 물론 각 나라별 증상 관련 관용어까지 번역해주는 의료 전문 번역앱 '심포미'를 각 병원과 약국, 지역 거주 외국인들에게 무료 제공하는 사업이다.

4일 포항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포항시의사회, 포항시약사회, 지역 내 5개 종합병원, 포항시가족센터, ㈜메디아크와 인공지능(AI) 다국어 의료지원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2022년 창업한 메디아크는 전문 의료진과 앱 개발진들이 모여 창립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이찬형 대표를 비롯해 의료인들이 직접 현장에서 외국인들을 상대하며 느낀 불편함을 고스란히 녹여 지난해 12월 외국인 전문 의료진단앱 '심포미'를 출시했다.

최근 인기그룹 '에스파'가 유행시킨 경상도 사투리가 있다. 바로 '우~리하게 아프다'는 말이다. 표준어로 하면 '망치로 두드린 것처럼 몹시 아리고 뻐근하다'는 정도로 풀이될 수 있겠다.

경상도 출신의 에스파 멤버 '윈터'가 사용하며 최근에야 좀 알려진 말이지만, 근육통을 설명하기에는 경상도 사람에게 이만큼 적확한 단어도 없다. 이처럼 각 나라에도 고유의 증상을 나타내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

이찬형 메디아크 대표는 "'배앓이, 속쓰림' 같은 우리나라 말도 외국어로 번역이 어렵지 않느냐. '당뇨 관리력'조차 일반 번역에서는 '당뇨의 역사' 정도로 번역되는 것을 보고 앱을 개발하게 됐다"면서 "외국인들이 직접 자가 진단을 통해 어떤 진료과목으로 찾아가야 되는지 정보를 얻고, 그들이 작성한 자가 진단을 의료진이 보기 편하게 요약해 진료 현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개발 배경을 소개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해 김우석 포항시의사회장, 김진 포항시약사회장, 지역 내 종합병원 관계자(포항의료원·포항세명기독병원·포항성모병원·에스포항병원·좋은선린병원), 안연희 포항시가족센터장, 이찬형 ㈜메디아크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인공지능 다국어 의료연계 서비스 활성화 ▷의료기관 연계 활용 고도화를 위한 자문 및 홍보 ▷포항시 글로벌 의료지원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호협력 등이 추진된다.

지금까지 포항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결혼 이주여성 등을 통한 외국인 통역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지만, 고작 3~4명의 통역사들이 기타 다문화가족 지원 업무도 병행하고 있으며, 진료 현장처럼 전문 영역에서는 통역의 질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당장 4일부터 각 병원과 약국 등에 먼저 '심포미'가 배포되고, 포항시 또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을 통해 거주 외국인들에게 관련 홍보를 나서기로 했다.

인공지능 다국어 의료지원 서비스는 진료받기 전 스마트폰 앱 등을 활용해 자신의 모국어로 증상을 입력하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이를 분석해 증상과 연관된 질환은 물론 진료과목과 의료기관 위치 정보를 알려준다.

영어·일본어·중국어(간체·번체)·베트남어·러시아어 등 5개 언어가 제공되며 서비스지원 언어는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한편, 포항시에 따르면 지역 거주 외국인은 지난 10년간 1.5배가 늘어 현재(2022년 말 기준) 다문화 가족 2천200가구, 외국인 8천453명이 있다. 이는 경북에서 세번째로 높은 숫자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로 다양한 국적의 시민들이 언어적 불편 없이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국적 주민들이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하고, 지역의 구성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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