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찾은 대구 달성군 유가읍 비슬초등학교 늘봄교실에선 팝아트 수업이 한창이었다. 하교 시간이 1시간 넘게 지났지만 1학년 학생 12명은 여전히 남아 미국의 유명 미술가 '키스 해링'의 그림에 색을 입히기 바빴다.
아이들 앞엔 팝아트로 예쁘게 꾸민 자기만의 명패가 책상마다 놓여 있었다. 오랜 방과후 교사 경력을 보유한 늘봄 강사는 아이들에게 '키스 해링'과 작품 세계에 대해 아이들의 눈높이로 설명했다.
5일부터 대구 70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가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늘봄학교는 희망하는 초등학생들은 아침 수업 시간 또는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다양한 방과 후·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맞벌이 부모의 방과 후 돌봄 부담과 사교육 수요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날 늘봄학교를 이용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높은 만족도를 표시했지만 부족한 공간 확보 등은 해결 과제로 지적됐다.
이날 찾은 비슬초에선 1학년 학생 157명 중 35%(55명)가 늘봄학교 참여를 신청했다. 비슬초는 학부모들의 수요 조사 결과에 따라 오후 3시까지 늘봄교실 2곳에서 그림책 놀이, 팝아트, 음악놀이, 캘리그라피, 창의융합 음악놀이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같은 날 오후 수성구 범어동 동도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도 '그림책 타고 훨훨'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학생 11명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림책을 띄운 화면을 보며 강사의 설명에 집중했다. 까르르 웃으며 그림책을 읽은 학생들은 강사 2명과 바닥에 둘러앉아 작은 공을 주고받으며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동도초에선 1학년 227명 중 87명(38.3%)이 늘봄학교를 이용한다. 프로그램은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운영되며 뮤지컬, 그림책, 영어교실, 창의미술, 댄스, 국악놀이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날 만난 학생과 학부모는 대부분 만족하는 반응이었다.
동도초 1학년 정재윤 학생은 "아파트에 살아서 공 던지는 놀이는 거의 해본 적이 없는데, 교실에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수업 시간보다 재밌어서 매일 오고 싶다"고 말했다.
비슬초 1학년 학부모 오희진 씨는 "학교 안에서만 이동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코딩 교육, AI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더 많이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남구 대명동 남도초 1학년 한 학부모는 "입학식 때 프로그램을 살펴봤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보드게임이나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이 있어 신청했다"면서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과 재미있는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고 만족했다.

높은 만족도에 불구하고 늘봄 교실 확보 등 해결 과제도 적지 않다. 특히 과밀 학교의 경우 늘봄교실을 운영할 공간 마련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비슬초의 경우 전교생이 1천350명에 육박하는 과밀학교여서 늘봄학교를 운영할 여력이 없었지만 지난 1일 인근에 테크노초교가 개교하면서 간신히 교실 2곳을 확보했다.
이해연 비슬초 교장은 "과밀학교는 남는 교실이 부족해 늘봄 프로그램을 진행할 공간 확보가 어렵다"면서 "내년부턴 2학년까지 대상이 확대되기 때문에 향후 지역아동센터 등 지역 돌봄기관과 연계해 공간 부족을 해결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동도초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참관한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모듈러 교실을 통해 부족한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 다음 달까지 운영해보면서 문제점을 발굴한 후 필요한 부분들을 협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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