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찰나의 사고, 기나긴 고통…상완신경총 손상

손가락 등 상지 관련된 쇄골 밑 신경…전동킥보드·이륜차 사고로 발생 많아
심한 통증과 마비 동반 삶의질 저하…복잡한 구조, 회복 여부 판단 어려워
신경봉합술·신경박리술·이전술 가능…팔꿈치-어깨-손 감각 회복 순 치료
중도 포기 말고 지속적 재활운동 필요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다 넘어졌을 때 잘 다치는 부위가 상완신경총이다. W병원 제공.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다 넘어졌을 때 잘 다치는 부위가 상완신경총이다. W병원 제공.

자전거를 즐겨타는 A(36)씨는 내리막길에서 자전거 속도를 줄이려다 보도와 차도 경계에 있는 스테인리스 펜스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오른쪽 어깨와 팔을 다친 A씨는 심한 통증과 저림을 겪어야 했다. 상완신경총 손상이 왔기 때문이다.

◆상완신경총 손상이란

목과 겨드랑이 사이에는 손가락과 손목, 팔꿈치, 어깨 등을 움직이게 하는 여러 개의 신경이 뭉쳐 있는 곳이 있다. 이들 신경을 상완 신경총이라고 한다. 빗장뼈(쇄골) 아래에 깊고 길게 지나가기 때문에 목 디스크나 팔, 손목 신경의 압박과 관계없이 이 부분을 다치거나 자세가 잘못되면 손과 팔의 저림이나 운동 제한이 심각하다.

최근 전동 킥보드, 이륜차의 이용이 늘어나며 그에 따른 사고도 늘어나는데 이러한 사고에 의해 상완신경총 손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목이 심하게 꺾이거나, 팔에 당겨지는 힘이 가해질 때, 어깨 탈구, 쇄골 골절, 상완골 골절 등과 동반해 심각한 후유증을 고민해야 하는 상완신경총 손상이 생기게 된다. 또한 힘든 분만 중에 태아에게도 심한신경 손상으로 전혀 손과 팔이 전혀 못 움직이는 후유증이 발생한다.

이러한 손상이 일단 발생하게 되면 다친 쪽 어깨, 팔, 손은 신경 손상에 의해 심한 통증과 저림, 감각 마비와 운동 마비가 발생한다. 심한 경우 교감 신경 조절에 문제가 생기거나 횡격막 기능 저하로 호흡 곤란이 생길 수 있다.

손상 정도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다친 쪽 상지(위팔)에 기능 저하가 생겨 환자 당사자에겐 재앙과 같은 일이다. 다니던 직장 일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더욱이 밤에 계속되는 통증으로 불면증, 우울증이 생기기도 하고 삶을 포기하고 싶게도 만드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간혹 손상 정도가 경미해 신경이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기능의 회복에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통증은 없어지지 않아 진통제와 신경안정제를 계속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쇄골 밑으로 내려가는 신경다발이 상완신경총이다. W병원 제공
쇄골 밑으로 내려가는 신경다발이 상완신경총이다. W병원 제공

◆상완신경총 손상은 어떻게 치료 하나?

상완신경총은 한쪽 상지의 모든 기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부분이라 해부학적으로 매우 복잡해 면밀한 진찰, 신경 근전도 검사, 초음파 검사, MRI 등을 통해 신경 손상의 위치와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우수진 W병원 상완신경총 재건센터 과장은 "신경 미세재건 수술 전문의가 처음부터 환자의 신경 증상을 정확히 기록하고 즉시에 수술할지, 3~6개월 경과 관찰 후 수술할 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골절 등 다른 동반 손상에 대한 치료도 필요하다. 신경의 회복은 피부나 근육의 회복과 달리 느리고 복잡하며, 회복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렵지만 자연 회복 가능성이 있어 너무 일찍 수술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수술 방법은 손상된 부위의 해부학적 위치와 정도에 따라 신경 봉합술, 신경 박리술, 주위의 건강한 신경을 옮겨주는 신경 이전술까지도 가능하다. 신경 재건 수술 시기를 놓친 경우에는 허벅지에 있는 다리 근육을 신경과 함께 팔로 옮겨 손이나 팔꿈치의 기능을 대신하도록 하는 재건 수술이 가능하다.

박광현 W병원 상완신경총 재건센터 과장은 "손과 팔이 완전 마비가 된 경우에는 팔꿈치의 관절운동 회복이 최우선이고, 그 다음이 어깨 운동 재건, 마지막으로 손의 운동과 감각 회복 순"이라며 "어깨나 팔꿈치가 움직여지지 않으면 팔 자체가 올라가지 않아 손가락만 움직이는 건 거의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재활치료도 수술만큼 중요

재활 치료는 수술 후 뿐만 아니라 수술 전에도 필요하다. 다친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관절이 굳지 않게끔 운동시켜 주고 신경이 회복되기 시작한다면 이에 맞춰서 근력 운동도 적절히 시행되어야 한다.

수술 후 점차 마비되었던 기능이 돌아오는데 최소 6개월에서 2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각 환자에 맞춰진 단계별 재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장기간 회복 정도를 관찰하면서 진행해야 하므로 주치의와 전담 재활 치료사가 팀이 되어 협업하는 것이 필수다. 신경이 빨리 돌아오지 않는다며 중도에 포기하는 환자도 생기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면담하고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재활 운동 교육도 필요하다.

W병원 상완신경총 센터 박광현과장과 우수진 과장은 "사고라는 건 찰나의 실수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지만 상완신경총 손상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심각한 일이라며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하고, 손상이 발생했을 때는 적절한 시기에 신경 미세 수술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현 W병원 상완신경총 재건센터 과장
박광현 W병원 상완신경총 재건센터 과장
우수진 W병원 상완신경총 재건센터 과장
우수진 W병원 상완신경총 재건센터 과장

도움말 박광현 W병원 상완신경총 재건센터 과장, 우수진 W병원 상완신경총 재건센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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