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상유지에 동원된 '시스템 공천', 정치신인에 희망고문만

국민의힘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 드러낼 신인 발굴 실패, 현역에게 기울어진 운동장(경선구조) 타파 절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정영환 위원장과 이철규 위원 등이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회의 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정영환 위원장과 이철규 위원 등이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회의 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당을 대표해 4·10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설 후보를 대부분 결정했다.

이번에는 그동안 보수 정당의 최대 약점이었던 공천 농단(학살)이 사라지고 '시스템 공천'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큰 탈 없는 공천에 대한 갈증은 풀었지만 너무 조용해서 무감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에선 정실(情實)과 진영논리에 의한 '사천' 논란은 피했지만 정교하지 못한 '시스템'으로 유권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공당이 총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정체성과 국가의 미래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은 공약과 인물 크게 두 가지다.

특히 기성 정당들이 정책적 지향의 차이가 거의 없는 '수렴정당(收斂政黨)'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각 정당이 선거에 내세우는 후보만큼 당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도 없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25개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무려 16곳(현역 생존율 64%)에 현역 국회의원을 다시 공천했다.

'수도권 국회의원은 금메달, 영남 국회의원은 동메달', '살찐 고양이', '수도권에서는 이름도 모르는 국회의원' 등의 수모를 당했던 대구경북의 현역 의원들이 '공천=당선' 분위기가 완연한 텃밭에서 정치적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인구·지역 소멸 대응, 대한민국 100년 먹거리 확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시대적 과제를 풀어낼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해 국민에게 선보이고 총선을 통해 평가를 받는 것이 공당이 할 일"라며 "그저 분란 방지에 급급해 현상유지에만 골몰한 공천으로는 총선 승리가 힘들다"고 말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경선)는 명분도 좋지만 집권당이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국가운영 비전을 공천한 후보를 통해 보여줄 필요도 있었다는 비판이다.

현역 의원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운동장을 만들어 놓고 정치신인들을 희망고문했다는 질타도 이어진다. 이번에 적용한 시스템의 설계가 부실했다는 충고다.

또한 당선가능성이 높은 텃밭에서 여당이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줄 신인 발굴에 공을 들였어야 했다는 훈수도 나온다.

심지어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이른바 '영부인 리스크'를 우회(특검법 부결)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현역 대거 생존 공천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당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국가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고 저마다의 삶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국민의힘의 이번 대구경북 공천은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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