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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본능적 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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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논설위원
김태진 논설위원

2019년 프랑스 공군은 드론을 격추할 묘책으로 검독수리 부대를 창설했다. 삼총사에서 따온 달타냥, 아라미스, 아토스, 포르토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네 마리의 저격수들은 고깃덩어리가 붙은 드론을 낚아채는 훈련을 받았다. 2016년 네덜란드에서 진행한 같은 프로젝트는 그러나 성공적이지 못했다. 수리들이 배가 부를 때는 드론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본능'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환점을 찍은 무기 중 하나는 드론이었다. 공중에서 벌 떼 소리가 들리면 러시아군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카메라 장착으로 탐지 기능뿐 아니라 폭탄 낙하 임무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드론은 러시아 대선 기간에도 수도 모스크바로 침투했다. 크렘린 금박 지붕의 반짝임을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송장까마귀 떼 퇴치용으로 참매를 활용했던 러시아였지만 드론에는 쩔쩔맸다.

총선 공천과 관련해 정치인들의 실언이 연일 뭇매를 맞는 중이다. 대중 연설이나 인터뷰가 '정치 본능' 실연(實演)의 충실한 통로인 시대는 아닌 것이다. 소통을 빌미로 소셜미디어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몇십 년 전 언사까지 모조리 소환된다. 그렇게 쌓이고 모인 실언이 정돈돼 정적(政敵)의 무기가 된다.

그럼에도 일부는 저돌적인 정치 본능을 드러낸다. 실언과 설화로 고역을 치르더라도 지지 세력의 결집을 끌어낼 수 있다. 실언은 우리 편에 직언으로 변환돼 '열혈 투사' 옹립으로 이어진다. 같은 사람이 잦은 실언으로 자주 오르내리는 까닭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카메라 앞에서 "설마 2찍? 2찍은 아니겠지?"나 "살 만하다, 견딜 만하다 싶으면 가서 열심히 2번을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십시오"라 한 건 본능적 실언에 가까워 보인다. 그의 본능적 'ㅉ'(쌍지읒) 애착을 말릴 순 없지만 공천 잡음이 최고조에 올라 있는 때에 성동격서식 실언은 효용성이 높다.

지지자들이 만든 홍보물도 닮았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자당 후보의 사진 옆에 '나베를 밟아버릴 강력한 후보' '냄비는 밟아야 제맛'이라는 문구를 붙였다. 나베는 일본어로 '냄비'를 뜻한다. 여성을 비하하는 속어다. '개딸'들은 오랜 기간 나경원 후보를 '나베'라 칭했다. 성 인지 감수성과 인권을 투쟁 구호처럼 부르짖던 이들이 맞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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