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부 비리 제보자 몰려 회사서 왕따됐다"…대구보훈병원서 직장 내 괴롭힘

익명제보 색출과정에서 피해 직원 발생해
노동당국, 병원 자체 조사 결과 뒤집고 '직장 내 괴롭힘' 인정해
가해 직원 A씨 "억울한 부분 많아"

대구보훈병원 전경. 대구보훈병원 제공
대구보훈병원 전경. 대구보훈병원 제공

대구보훈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이 익명의 내부 비리 제보자로 낙인찍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당국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내 자체 조사 결과를 뒤집고, 병원측이 가해 직원을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일 노동당국과 병원 측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지난 2022년 3월 익명제보창구인 '레드휘슬'을 통해 '대구보훈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코로나 PCR 검사실 설치에 관한 비리, 의혹'이라는 제보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관련 업무 담당자였던 A씨는 제보자가 조직 내에 있을 것이라 단정하고, 직원들을 상대로 추궁 및 색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A씨는 B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다른 직원들이 네가 제보자라고 하더라"며 몰아붙였다. 그때마다 B씨는 부인하며 억울해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A씨와의 통화내용을 병원 감사실에 제보하려 하자 A씨는 B씨에게 "억울한거 못 풀면 내가 너 죽인다", "돌멩이 들고 너네 집에 찾아가겠다"는 등 폭언을 일삼았다.

B씨는 "제보자로 낙인 찍히면서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우울증 등을 앓게 돼 의사 진단에 따라 질병 휴직을 다녀오기도 했다"며 "복직을 앞두고 병원 생활이 두려워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했다.

이에 병원 측은 노동당국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12월 '직장 내 괴롭힘 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이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지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A씨의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B씨는 불복했고, 노동당국이 직접 조사에 나서자 다른 결과가 나왔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A씨가 피해직원 B씨를 익명 제보 제보자로 확신하고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판단했다. 이어 병원이 오는 12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직원 A씨에게 징계 및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당국의 결정에 따라 병원은 조만간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수위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A씨는 "조사 결과에 대해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노동당국과 병원 측에 관련 내용을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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