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 기업인!] 이동건 동남KTC 대표 "대구의 뿌리산업은 국가 제조업의 경쟁력"

고품질 초경합금소재 생산 기업…고온·고압 견디는 초정밀 가공
車엔진·변속기·배터리·반도체… 부품 제조시 절삭 공구에 활용

이동건 동남KTC 대표. 정우태기자
이동건 동남KTC 대표. 정우태기자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오른쪽)과 이동건 동남KTC 대표. 워런 버핏은 대구텍에 투자하며 절삭공구 등 대구지역 뿌리산업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본인 제공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오른쪽)과 이동건 동남KTC 대표. 워런 버핏은 대구텍에 투자하며 절삭공구 등 대구지역 뿌리산업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본인 제공

'뿌리'는 식물의 밑동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현상의 '근본'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더 많이 쓰인다. '뿌리 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산업군이다. 완성품에 내재돼 있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분야다. 정부는 뿌리기술을 보유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우수 기업을 뿌리기술 전문기업으로 지정 및 관리하고 있다.

대구는 근대 산업화 과정에서 뿌리 산업의 중심지로 역할을 해왔다. 공구부터 완성차, 조선, IT제품까지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은 중공업을 넘어 첨단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기계금속은 물론 미래모빌리티, 로봇 등 대구 신산업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초경합금소재 전문기업 '동남KTC'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밀 가공이 가능한 고품질의 소재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더 나아가 절삭공구 등 뿌리산업 관련 제품을 포괄한 '초경제품'의 세계화를 이끄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주력 사업은?

▶초경합금소재를 생산한다. 종류도 다양하다. 정밀공구산업의 경우 재료 관련 요구사항이 까다로운 편인데, 우리가 만드는 소재는 최상의 정밀한 가공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평행도·동심도 등 우수한 품질력을 보장하며 폭 넓은 분야에 적용된다. 금속 성형을 목적으로 개발한 초경 재종의 경우 내마모성이 뛰어나다. 높은 압력, 높은 온도 하에서 반복되는 작업에도 견딜 수 있다. 특히 타 제품에 비해 수명이 길고 생산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맞춤형 소재를 공급해 공정을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초경합금소재가 활용되는 분야는?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엔진, 전동장치, 변속기 등 부품을 구성하는 부품 제조에 필요한 절삭 공구에 사용이 된다. 전자 부품산업에는 반도체와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을 구성하는 장치 부품에 사용되며, 철강산업의 경우 강철제조 및 전단 슬리터·밀링 공구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 이밖에 의료관리, 토목·건설, 항공 산업 등 활용 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찾으며 또 다른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관련 업종에서 6년 정도 관리자 생활을 했다. 당시 노사 관계에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괴롭기도 했지만 배우고 깨달은 점도 많았다. 마침 창업 아이템이 눈에 들어왔고 내 사업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무엇보다 노사관계를 바르게 하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이상과 목표가 뚜렷했던 것 같다.

-사업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1996년 창업인데 이듬해 연말 IMF 외환위기를 바로 겪었다. 당시 거래 업체가 연이어 부도가 나면서 대금도 받지 못하고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때 직원들이 나서서 보너스를 삭감하는 등 고통을 분담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위기가 더 있었지만 직원들이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된 덕분에 지금까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팀워크를 강조하는 것 같다.

▶구성원들이 없으면 기업도 없다.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우리 업종은 직원들의 역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숙련공이 새롭게 들어온 직원을 교육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회사 자체적으로도 교육을 통해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하다. 현장에서도 유대를 돈독히 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창업 멤버들이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 감사한 마음이다. 별도의 임금피크제 적용 없이, 정년 이후에도 건강이 허락하는 선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물론 규정 상 정년은 있지만 우리 현장에서는 '체력이 정년'이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채용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자세나 태도를 보려고 한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팀워크가 맞아야 작업의 효율도 높아지는 법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혼자서 하는 일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회사 차원에서도 직원들이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생을 목적으로 하는 이익공유제도 검토 중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청년 채용에도 힘쓰고 있고 앞으로도 고용확대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분야가 있다면

▶20년 전부터 부설연구소를 설립해 기술개발에 주력해왔다. 뿌리산업 업종은 기반 산업에 속하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을 해야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 최근엔 의료 산업 관련 제조공정에 필요한 소재와 항공우주사 산업과 연관이 깊은 고성능 공구와 특수재료 등을 개발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 등 모빌리티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한 소재도 경쟁력이 있다. 당장 수익이 나는 주력 제품에 의존하기 보다 앞을 내다보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뿌리산업의 중요한 이유는?

▶산업 근대화 과정에서 대구는 뿌리산업의 중심지였다. 연계되는 분야가 광범위하고 제조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토대가 된다. 뿌리산업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다. 산업 전환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는데 뿌리산업도 함께 발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동남KTC도 뿌리기술 전문기업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대구텍의 협력사이기도 하다. 이런 인연으로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방한 행사에도 초청을 받았다. 워런 버핏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가치 투자자로 명성이 높다. 그런 버핏이 대구의 뿌리 산업에 주목하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앞으로 목표는?

▶경기가 어렵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실제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많이 얼어 붙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내부적으로는 품질 고도화와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산업 전환에 따라 맞춤형 주문이 늘어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려고 한다. 오래가고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제품·소재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변화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해는 동남 KTC가 다시 도약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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