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죽기 전에 꼭 양심선언 부탁드립니다. 이제 얼마 안남았습니다"
26일 오전 11시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 인근 개구리소년 추모비에서 '개구리소년 33주기 추모식' 열렸다. 백발의 노인이 된 유족들은 본인이 죽기 전에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지난 1991년 3월 26일 성서초등학교 학생 우철원(당시 13세), 조호연(12), 김영규(11), 박찬인(10), 김종식(9) 군 등 5명이 도롱뇽알을 주우러 간다며 와룡산을 올랐다가 실종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의 수색이 이뤄졌지만 아이들을 끝내 찾지 못했고, 11년 6개월이 지난 2002년 9월 26일 인근 야산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33주기를 기념해 열린 이날 추모식에는 유족들과 나주봉 (사)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이하 전미찾모) 회장, 이태훈 달서구청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념비 옆에 마련된 '기억의 정원 우체통'에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엽서를 쓴 뒤, 헌화 등을 진행했다.
고 우철원 군의 아버지 우종우(개구리소년 유가족 대표) 씨는 추도사에서 "속절 없이 시간은 흘러가는데, 너희들의 억울함은 33년간 변화가 없다는 것이 참으로 미안하고 안타깝다"며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히고 있지만, 너희의 죽음과 그날의 진실, 그 이유를 꼭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추도식에는 인근 대학교의 학생들도 꽃다발을 들고 참여해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계명문화대 시각디자인과에 재학 중인 손양희(24) 씨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서 이곳에 '개구리소년 사건'이라는 비극적인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개구리소년들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추모 방식에 대해 고민하던 중 이 자리를 알게 돼 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전미찾모는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국회에 ▷개구리소년 사건 AI 등 첨단과학수사기법 활용 촉구 ▷개구리소년 추모관 건립 ▷개구리소년 유족 심리치료 및 생계 지원 등 7개 요구사항을 건의했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현재 아이들 아버지 5분 중 3분이 돌아가시고 2분만 남아있다"며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어디선가 보고 있을 범인이 더 늦기 전에라도 양심선언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나 회장은 경찰이 실종 당시 모였던 제보 보상금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제보 보상금 4천200만원 중 유골을 발견한 사람들에게 지급된 보상금 등을 제외하고 약 3천만원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돈이 어디 있는지 경찰 측의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만료되며 장기 미제로 남게 됐다. 지난 2019년 9월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지면서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 재수사 의지를 드러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개구리소년 사건은 드물게 제보가 들어오면 사실관계 등을 파악하고 있지만 워낙 오래된 사건이라 별다른 진척이 없다"며 "유족 측이 문제를 제기하는 보상금의 경우 당시 기부를 했던 기관 등에 다시 돌려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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