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은학교' 지원 조례 없는 대구…"통폐합만이 능사 아냐"

저출생 여파로 대구경북 내 소규모 학교 증가 전망
대구는 작은학교 살리기 정책 구체적으로 없어
경북, 지난달 '작은학교 지원 조례' 제정… "대구도 제정해야"

전교생이 1명뿐인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에 있는 의흥초 석산분교장의 교실 모습. 윤정훈 기자
전교생이 1명뿐인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에 있는 의흥초 석산분교장의 교실 모습. 윤정훈 기자

저출산의 여파로 4년 뒤 대구경북 초등학교의 절반이 소규모 학교가 될 전망이다.

학생이 줄면 학교도 폐교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지만, 학교 통폐합은 마을 침체를 가속화하고, 더 나아가 대구경북 내 지역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대구의 경우 지난해 편입된 군위군에서 학교 소규모화가 집중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비하기 위해 대구시와 시교육청이 서둘러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구 소규모 학교 4년 뒤 2배…증가율 가팔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대구 시내 9개 구·군 초등학교 242곳 중 전교생 수가 200명 이하(군 지역은 6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15.3%(37곳) 수준이다. 2028년에는 소규모 학교가 33.4%인 81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소규모 학교 비율이 4년 만에 18.1%포인트(p) 껑충 뛰는 것.

농어촌 지역이 많은 경북은 이미 학교 소규모화가 상당히 진행됐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경북 전체 초등학교 490곳 가운데 전교생 수가 200명이 넘는 학교는 190곳(38.8%)에 그친다. 그렇기에 전교생 수 200명 이하(군 지역만 60명 이하)를 기준으로 하는 대구와 달리 경북은 '전교생 60명 이하'인 학교를 소규모 학교로 본다.

이 기준을 적용했을 때 경북 초등학교 가운데 소규모 학교 비율은 올해 47.1%(490곳 중 231곳)에서 2028년 51.1%(492곳 중 251곳)로 늘 것으로 보인다. 학교 중 절반이 소규모 학교가 되는 것.

이는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대구 학령인구(지난해 4월 기준)가 모두 진학한다고 가정했을 때, 초등학생 수는 올해 11만6천188명에서 2026년 10만3천934명으로 10.6% 감소한다. 나아가 2028년에는 8만7천532명까지 줄어들 것 보인다.

경북 역시 초등학생이 올해 11만7천592명에서 2028년 9만6천908명으로 감소, 10만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은 작은학교 활성화, 대구는 통폐합 위주

이처럼 경북뿐 아니라 대구에서도 향후 소규모 학교가 대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이 소규모 학교에 취해온 자세는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인다.

경북도교육청은 작은학교를 존치하는 방향의 정책들을 펼쳐왔다.

교육청 특색사업으로 2008년부터 도입한 '작은학교 가꾸기 사업'을 꾸준히 운영해오고 있다. 이는 농산어촌 읍·면 지역에 있는 소규모 학교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이 유입되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해도 37곳 학교가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또한, 규모가 큰 학교 학생들이 주소 이전 없이 소규모 학교로 전입할 수 있게 하되, 소규모 학교에서 큰 학교로 전입하는 건 막는 '작은학교 자유학구제'도 2019년 시범운영을 거쳐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큰 학교에서 소규모 학교로 유입한 학생이 매년 580여 명에 달하는 성과가 거뒀다.

여기에 지난달 22일 '경상북도교육청 작은학교 지원 조례'를 제정해 소규모 학교에 대한 행정적·제도적 지원 근거도 마련했다. 현재 경북을 비롯한 강원, 경기, 경남, 광주, 대전, 부산, 세종, 울산, 전남, 전북, 충남, 충북 등 13개 시·도에서 작은학교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대구 동구 중대동에 있는 소규모 학교인 서촌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뛰어놀고 있다. 독자 제공
대구 동구 중대동에 있는 소규모 학교인 서촌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뛰어놀고 있다. 독자 제공

반면, 대구시교육청은 최근에야 학생 수 감소가 예상되는 일부 지역을 공동통학구역(매일신문 2024년 2월 25일 보도)으로 지정하고, 학생을 안배함으로써 학교 소멸을 막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시교육청은 소규모 학교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정책보단 소규모 학교 통폐합·분교장 개편 등에 방점이 찍힌 정책을 추진해왔다. 소규모화에 따라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해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이러한 정책은 경북에 비해 학교 하나가 사라져도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다른 학교에 다니면 되는 대도시 특성에는 부합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군위가 경북에서 대구로 편입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해 기준 학교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군위 내 초등학교 8곳(분교장 포함) 중 군위초를 제외한 7곳 모두 전교생 수가 60명 아래인 소규모 학교다. 이들 학교가 통폐합되도록 방치한다면, 향후 군위 거주 학생들의 통학·교육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 이는 군위의 정주 여건 악화로 이어져, 지역 소멸과 구·군간 불균형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임성무 대구작은학교살리기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경북은 농어촌 지역이 많기 때문에 학교가 없어지면 그 학교가 있는 마을도 함께 쇠퇴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 최대한 학교를 존치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왔다. 반면 대구는 도시 학교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통폐합을 펼쳐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군위군과 달성군, 동구 팔공산 인근 학교 등은 대구라도 농어촌 지역에 가깝기 때문에 섣불리 통폐합을 추진해선 안 된다. 군위군이 대구로 편입된 만큼 시교육청의 작은학교 대상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창석 대구시의원(군위군 선거구)은 "지역 소멸과 불균형은 지자체가 힘을 모아 함께 대응해야 할 문제"라며 "군위군은 대구경북신공항 등 향후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 지역이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 핵심 정주 인프라인 '학교'를 유지해야 한다. 대구에도 작은학교 지원 조례가 제정될 수 있도록 발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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