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심판들이 오심 모의? ABS 시스템 관련 논란 일파만파

14일 대구 삼성과 NC전에서 문제 불거져
스트라이크 콜 놓친 주심이 볼 선언 추정
심판들 모여 ABS 잘못으로 돌리려 한 듯
거짓말로 오심 덮으려던 정황, TV에 중계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3회말 NC의 항의로 경기가 중단된 뒤 심판들이 박진만 삼성 감독(오른쪽에서 두 번째)에게 NC의 항의 내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 제공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에 이번 시즌 ABS(자동 투구 판정시스템)가 전격 도입돼 시행 중인 가운데 심판들이 ABS 결과를 조작하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ABS는 기계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고 귀에 낀 '인이어'를 통해 그 결과를 들은 주심은 그대로 선언해야 하는 시스템. 심판은 기계 오류 등으로 결과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라야 자신의 판단으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선언할 수 있다.

문제는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발생했다. 삼성이 0대1로 뒤진 3회말 2사 1루 상황. 삼성의 이재현이 타석에 섰고, 볼카운트 원 스트라이크에서 NC 선발 이재학이 2구째를 던졌을 때 1루 주자 김지찬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원심은 아웃이었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세이프로 정정됐다.

이때 논란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재학의 2구째 공은 한가운데로 들어왔는데 문승훈 주심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하지 않아 원 볼-원 스트라이크 상황이 됐다. 이후 볼이 연속 2개 들어오고 스트라이크가 1개 들어와 스리 볼- 투 스트라이크가 됐다. 그런데 갑자기 강인권 NC 감독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항의했다.

NC 덕아웃에 비치된 KBO지급 태블릿 PC에 2구째 공이 볼이 아니라 스트라이크로 표시됐다는 게 강 감독의 주장. 투 볼-투 스트라이크에서 삼진이 됐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태블릿 PC에 상황이 다소 늦게 표시되기 때문에 항의도 한 발 늦은 것으로 알려졌다.

4명의 심판은 모여 대화를 나눈 끝에 NC 측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1루심이던 이민호 심판 조장은 장내 마이크를 잡고 "음성이 볼로 전달됐는데, ABS 모니터상에는 스트라이크로 확인됐다"며 "규정상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항의를 해야 하는데 항의 시효가 이미 지나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심판들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TV 중계 화면에 믿기 힘든 장면이 잡혔기 때문이다. 이 심판 조장이 문 주심에게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하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 나갈 건…. 그것밖에 없어…'란 말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버렸다.

문제의 핵심은 문 주심이 2구째 공을 볼로 들었느냐, 스트라이크로 들었느냐 여부였다. 태블릿 PC에 스트라이크로 표시됐으니 문 주심이 볼로 들었다면 기계 오작동인 셈. 하지만 KBO ABS 상황실 근무자도 기계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들었다. 더구나 심판들이 거짓을 모의하는 듯한 장면이 방송에 중계됐다.

상황상 문 주심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그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심판들이 머리를 맞대 처음부터 볼 판정이라 들었다고 주장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모두 모의(?) 과정이 뜻하지 않게 공개돼 벌어진 사태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안 한국야구위원회는 해당 심판들에게 경위서를 요청했다. 심판들이 오심을 기계 탓으로 돌리려 했다면,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더구나 이들이 '조용히' 오심을 은폐하려던 정황이 음성 자료으로 남아 쉽게 사태가 일단락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