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밭갈이

김병구 논설위원
김병구 논설위원

지난달 뿌린 씨앗이 벌써 싹을 틔우고 있다. 매주 쑥쑥 자라나는 새싹을 보는 것은 상당한 힐링이다. 갓 태어나 꿈틀거리는 아기를 보듯 가슴이 두근거린다. 땅을 뒤집고 흙 뭉텅이를 깨고, 돌을 가려내고 고랑을 만들며 흘린 땀방울이 스스로 대견스럽다. 거름 주고, 물 주고, 씨앗 뿌린 지 한 달 만에 싹이 제법 올라왔다.

이제는 매주 한 차례 물 주고, 잡초만 뽑아주면 다음 달엔 바로 수확이다. 상추, 봄배추, 열무, 쑥갓, 케일, 치커리, 잎들깨, 감자 등등. 66㎡(20평) 남짓한 텃밭이지만 소량 다품종이다. 쑥, 머위, 달래, 부추, 두릅 등은 씨앗이나 모종이 따로 필요 없다. 봄 텃밭 일꾼에겐 덤이다. 싱그러운 봄나물은 향과 맛이 일품이다. 시골에선 주말 봄날에 머위나 쑥을 뜯으러 다니는 아낙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다음 달엔 고추, 오이, 가지,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을 참이다. 시골 텃밭 가꾸기 5년 차. 좁은 공간이지만, 처음엔 땅 파고 거름 주는 것도 힘에 겨웠다. 고랑 간격과 깊이를 어느 정도 해야 할지, 씨를 얼마만큼 어떤 간격으로 뿌려야 할지도 헷갈렸다. 비만 오면 봄 작물보다 훨씬 빨리 자라는 잡초들의 '행패'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채소 이파리마다 숱하게 달라붙는 벌레들이 얄밉기도 했다.

하지만 무농약, 무비닐은 초보 텃밭 일꾼의 두 가지 원칙이다. 벌레와 잡초를 박멸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비닐과 농약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환경과 유기농에 대한 외고집(?)은 내려놓지 않고 있다.

4·10 총선도 보름이 지났다. 지역이나 사회 발전에 대한 포부나 비전도 당선장을 거머쥐어야 가능할 터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낙선한 정치 지망생들은 흔히 얘기하듯 '밭갈이'를 잘할 것을 주문한다. 선거에 임박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2년이나 4년 뒤를 내다보며 밭을 정성스럽게 갈아야 하겠다.

농약이나 비닐은 쉽게 잡초와 벌레를 없애며 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땅과 환경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다. 장기간의 정성스러운 밭갈이 대신 공천 헌금이나 줄 대기 유혹에 빠져 정도(正道)를 외면하는 것은 우리 정치 환경을 오염시키는 길이다. 유권자들도 정치 환경을 오염시키는 낙하산 후보가 아니라 밭갈이를 잘한 후보를 뽑아야 미래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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