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시민이 선택한 연금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국민연금 개혁 공론화는 숙의민주주의(熟議民主主義)의 구현이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숙의민주주의는 대의(의회)민주주의를 보완한다. 숙의는 여러 사람이 특정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하는 것이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시민성(市民性)이 함양된다. 숙의민주주의는 공공 의제를 다룰 때 활용된다. 연금 개혁을 숙의 토론에 부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22일 공론화 결과를 발표했다. 연금 개혁 문제를 토론한 시민 대표단은 '내는 보험료와 받는 연금액을 모두 높이는 방안'을 선택했다. 현재 9%인 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면서, 소득대체율(평생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을 50%로 높이는 1안에 56%가 찬성했다. 반면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는 2안은 42.6% 지지를 받았다.

공론화 결과의 요체는 '노후 소득 두텁게'다. 생방송된 네 차례의 숙의 토론회는 전문가들의 격론과 시민들의 질문으로 뜨거웠다. 시민 대표들은 학습과 토론을 거치면서 연금과 공론화위 개혁안을 숙지했다. 특이 사항은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 대표들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대표단은 연금 학습 전(3월 22∼25일), 숙의 토론회 전(4월 13일)과 후(4월 21일) 등 세 차례 설문 조사에 참여했다. 1차 조사에서는 소득보장안(1안) 선택이 36.9%였다. 그러나 2차 50.8%, 3차 56%로 증가했다. 1차 조사에서 '잘 모르겠다'(18.3%)고 답한 상당수가 1안을 지지했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공론화 결과를 놓고 뒷말들이 많다. 여당과 야당, 경영계와 노동계, 전문가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그럴 수 있다. 입장과 견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을 넘지는 말아야 한다. 일각에서 '개악'(改惡)이니, '포퓰리즘'이니 하는 폄훼가 나온다. '한 번 더 투표하자'는 억지도 있다. 선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국민의 선택을 비난하거나, '부정 선거'라고 외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반(反)민주적인 발상이다. 공론화 결과는 시민 대표의 뜻이다.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이제 국회가 공론화 결과를 참고해 최종안을 마련해야 한다. 21대 국회 임기가 한 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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