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윤석열)계 이철규 의원 '추대론'으로 기울던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전이 '불가론' 목소리의 다수 돌출로 숨고르기 하는 모양새다. 애초 예정된 선거일을 앞두고 공식 출마 선언을 하는 후보가 나오지 않자 일정을 연기하는 등 추가 여론 수렴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30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5월 3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출일을 같은 달 9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양수 원내대표 선출선거관리위원장은 변경 사유로 "지난 29일 당선자 총회에서 후보 정견과 철학을 알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초선 당선인들을 중심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같은 요청이 다수 있어 선관위는 금일(30일) 회의를 개최해 만장일치 의견으로 후보등록일과 선거운동기간을 변경 및 연장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원내대표 선거 출마자는 5월 5일 후보자 접수를 하고, 직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당이 표면적으론 '후보 정견과 철학을 알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달라'는 점을 연기 이유로 꼽았지만 그 배경엔 점차 커지는 '이철규 불가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새 원내대표로 친명(친이재명)계 박찬대 의원 추대로 기운 만큼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을 고려할 때 대통령실과 소통이 잘 되는 이 의원이 적임자란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22대 국회 초반 원(院) 구성, 각종 특검과 특별법 대응 등 풀어야 할 복잡한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신임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기류도 적잖았다. 4선 김도읍 의원 등 주요 후보군이 불출마를 잇따라 선언하면서 이 의원 추대가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파열음도 커졌다. 4·10 총선 과정에서 공천관리위원, 인재영입위원장을 맡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이 의원이 참패에도 불구하고 원내대표를 맡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날 "자숙도 모자랄 판에 무슨 낯으로 원내대표설인가. 그렇게 민심을 읽지 못하고 몰염치하니 총선에 대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패장(敗將)을 내세워 또 한 번 망쳐야 되겠나?"라며 이 의원 원내대표 추대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당내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일각에선 원내대표 선거 연기 가능성도 제기됐고 결국 현실화 됐다. 앞서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내일(5월 1일) 등록일인데 등록하는 사람이 없다면 미룰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철규 불가론' 목소리가 커지자 당 지도부도 일정을 강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이 의원이 불출마할지, 수도권 중진 등 다른 후보가 등장할지, 친윤 후보가 결국 낙점받을지 등 선거 판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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