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화목한 가족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지난달 10대 남매에게 심한 욕설과 함께 폭력을 휘두른 40대 엄마가 아동학대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욕을 하면서 옆구리와 허벅지를 수차례 때리기도 했는데, 열한 살 아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생아를 돈 주고 사서 학대한 40대 부부는 징역 4년과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친모 4명으로부터 100만∼1천만원을 주고 신생아 5명을 샀는데 생후 일주일 된 갓난아기 등 2명은 성별과 사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베이비박스에 버렸고, 부부 싸움을 하다 이유도 없이 아이들을 때리기도 했다. 이들은 1심 처벌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징역 12년과 징역 10년을 구형한 검찰 역시 엄벌에 처해 달라며 항소했다.

양육비를 받아 오라며 열두 살 난 아들을 혼자 전 남편에게 보낸 친모에겐 징역 3개월형이 내려졌다. 전 남편에게 전세금 명목으로 받은 돈으로 외제 차를 샀다가 거짓말이 들통나 양육비를 못 받게 되자 벌인 일이다. 전셋집에서 쫓겨난 뒤엔 아들을 공원과 차 안에서 재우기도 했다. 신생아를 학대해 크게 다치게 한 부모는 징역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백일도 안 된 아기의 가슴과 머리 등을 때려 골절과 뇌출혈을 일으켰고, 30여 차례 방치했다.

모두 최근 한 달 새 벌어진 일들이다. 학대당한 자녀가 직접 부모와 연을 끊을 수 있도록 한 가사소송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로 넘겨졌지만 21대 국회에서도 폐기될 위기다. 지난 2020년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의 후속 법안으로 2022년 어린이날에 맞춰 입법예고한 뒤 국회로 넘겨졌다. 1990년 가사소송법 제정 후 32년 만에 나온 개정안이지만 무관심의 문턱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어린이날을 앞두고 전국 초등학생 7천10명에게 물었더니 어린이들이 생각한 행복의 조건 1위는 '화목한 가족'(39%)이었다. 고민을 말할 상대는 어머니(30%), 친구(22%), 아버지(21%) 순이었다. 그러나 가족과의 대화 시간은 1∼2시간(26%)이나 1시간 미만(21%)에 그쳤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2024 아동행복지수 생활시간 조사'를 했는데, 여가 시간에 친구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보다 집에서 혼자 스마트폰을 본다는 응답자가 60%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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