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어쩌다 이 지경?” 40년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 좌절

다시 사랑받는 축구가 우뚝 서기를 바라며
유소년 축구 저변확대와 선수 육성으로 우승 차지한 일본
형님들(대표팀)에 이어 아우들(U-23)마저 축구팬 분노 사

류호상 영남대 전 스포츠과학대학원 원장
류호상 영남대 전 스포츠과학대학원 원장

2024 U-23 아시안컵에서 일본이 우승을 차지하며 막을 내렸다. 축구 저변확대와 유소년 아카데미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온 일본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FIFA 랭킹 23위의 한국이 134위의 인도네시아에게 8강에서 패하며 40년 만에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것은 너무 실망스럽다.

전반전을 분석할 때 투지는 물론 패스와 슈팅 수 등 경기 내용에서도 많이 밀렸다. 짧은 패스로 공격해가는 빌더업도 막히면서 상대를 과소평가했고 준비가 미흡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도네시아 수비수의 실책으로 한국이 1점을 만회했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고 박수를 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었다.

후반전에는 주전 선수들을 투입하여 반전을 꾀했지만 한 선수의 쓸데없는 파울로 인한 퇴장은 팀에 치명적이었다. 위험 지역도 아니고 위급한 상황도 아니었는데 골 결정력이 가장 높은 주 공격수의 퇴장은 정말 아쉬웠다. 여기서 이영표 축구해설 위원이 언급했던 멘탈의 중요성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멘탈이란 다친 머리에 붕대 감고 뛰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경기 내내 침착성을 유지하며 팀의 작전과 개인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후반 말미에 인도네시아 선수들의 체력저하로 한국이 힘겹게 한 골을 만회하고 연장전에 이어 PK 승부까지 갔지만 반전은 없었다. 신태용 감독은 한국 팀을 철저히 파악하고 있었고 계획대로 승리를 가져갔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해 보였다.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대한민국 U-23 대표팀. 연합뉴스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대한민국 U-23 대표팀. 연합뉴스

얼마 전에 열렸던 2023 아시안컵에서도 선수들 간의 내부 분열로 4강에서 무너지며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바 있다. 축구협회나 특정 개인을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와 스포츠계가 겸손함을 잃은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적 눈높이에서 볼 때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선수가 성공한 데는 성실성을 바탕으로 한 겸손함이 있었다.

그들은 평상시의 자기관리와 시합시의 멘탈관리가 철저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번의 실패를 계기로 축구계에서는 선수육성에 관련된 전반적인 시스템을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의 상태를 고집한다면 곧 한계에 부딪히고 일본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우리의 훈련방법이 과정보다 단기적 결과에 너무 치중하지 않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빠른 경제성장과 한류문화의 주도로 우리가 겸손함의 미덕을 잃은 것은 아닌지 진정으로 되새겨볼 때이다. 축구팬들도 비난을 넘어 우리 축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K-리그에 지속적 관심과 사랑을 보낼 필요가 있다. 국민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는 축구가 가까운 장래에 다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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