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무도 없는 줌(ZOOM) 화면…역대급 쓸쓸한 의대의 '스승의날'

대량 유급 막기 위해 수업 열었지만 오는 학생 없어
교수들 "내년도 교육이 더 큰 걱정…의정갈등 조속히 해결돼야"

대구 시내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시내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4일 박매자 경북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수업을 위해 화상 수업 시스템인 줌(ZOOM)을 켰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동맹 휴학과 수업 거부를 선언한 지 석 달이 다 돼가지만 개강을 더 미뤘다가는 향후 학사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개강을 하긴 했지만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은 없다.

지금의 의정갈등이 정리되고 난 뒤 수업을 들어야 할 학생들을 위해 줌을 통해 수업 내용을 녹화해놓지만 듣는 학생도 없다. 박 교수는 "화면 속 학생들이 있어야 할 화면이 까만 색으로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 의학 교육 또한 저렇게 까맣게 변한 것 같아 답답한 마음만 가득하다"며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의대 교수들이 '스승의 날'을 생각할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털어놨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로 촉발된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과 수업 거부가 스승의 날인 5월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자칫 학생들의 대량 유급과 이로 인해 예상되는 내년도 의대 교육의 마비 상황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각 대학은 지난 3월 말~4월 초에 개강을 단행했다. 학생들이 수업 거부를 선언했음에도 개강을 선택한 이유는 4월 중순이 지나면 1학기 학사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일단 개강을 통해 학생들이 돌아올 자리를 마련해 놓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수업 거부가 5월까지 이어지면서 이 같은 의도도 빛이 바랬다. 각 대학 학칙마다 다르지만 학생이 수업 일수의 4분의 1 또는 3분의 1을 넘겨서 결석할 경우 해당 과목은 낙제 처리 되기 때문이다. 의대의 경우 한 과목이라도 낙제하면 '유급'이 되면서 한 학년을 더 다녀야 한다.

각 의대 교수들은 학생들이 돌아오든 안 돌아오든 내년도에 의대 교육은 완전히 마비 상황에 다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돌아오지 않는다면 내년도 의사 국시를 볼 수 있는 학생이 한 명도 없기 때문에 전공의와 전문의 배출에 1년 이상 공백이 생기게 된다. 설령 돌아온다 하더라도 유급된 인원과 진급한 인원이 함께 수업을 듣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텐데, 각 강의실 당 정원의 2배가 넘는 인원을 교육시켜야 하는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은 스승의날을 기념하는 것조차 '언감생심'이라며 손을 내젓는다. 김성호 영남대 의대 학장은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인데 이런 상황에서 스승의날이 현재 의대 교수에게 큰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상황이 해결돼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한 심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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